‘보험산업이 바뀌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도입된 엄격한 평가기준과 이에 따른 중소형사의 퇴출, 저축성 보험 위주 판매에서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으로의 전환, 이밖에 외국계 보험사들의 성장 등 보험업계의 판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보험사와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변화’는 보험 판매ㆍ가입 방식을 달라지게 한 ‘신채널’의 등장이다. ‘대면(對面)’영업이 유일무이한 영업방식으로 여겨졌던 보험산업에서 신채널의 등장은 보험사의 전통적인 경영전략에 ‘완전 수정’을 요구할 만큼 강력했고 이 같은 분위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보험업계의 변화양상과 전망, 이에 따른 부작용과 대책 등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게재한다.
98년 6월 지급여력비율기준 미달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신한생명은 경영정상화계획의 핵심으로 ‘채널 다각화’를 선택했다.
한충섭 신한생명 마케팅지원 부장은 “당시 대형사의 영업방식만을 따라 해 고비용의 설계사 조직만 운영한 것에 대한 반성이 제기됐다”며 “채널 다각화가 영업효율성을 높여 회사를 정상화하는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채널 다각화로 성공한 미국의 생보사 하드포드를 벤치마킹한 후 신한생명은 본격적으로 신채널 개발에 돌입했다.
90년대 말에 들어서 보험업계는 조금씩 새로운 방식의 보험영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 ‘보험은 설계사가 꼭 고객을 만나야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화와 같은 통신수단을 이용해서도 영업이 가능한 것은 물론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2000년 들어 생명보험사들은 경쟁적으로 텔레마케팅(TM)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미 TM영업을 해왔던 라이나ㆍAIG생명 등 외국사들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콜센터를 신설해 전화영업을 시작했다. 또 TM 전용 대리점을 잇따라 개설하는 등 신채널을 이용한 영업비중을 높여나갔다.
2004회계연도(2004년 4월~2005년 3월)에 20개 생보사들이 TM영업으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 규모는 1,115억원. 전체 보험료 수입 중 2%를 상회하는 정도지만 그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TM시장을 발빠르게 개척한 신한생명의 경우 2004회계연도에 TM영업으로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전체 매출 중 24.6%에 달한다. 특히 수익 비중은 44.2%로 설계사 채널의 수익비중 33.8%를 뛰어넘었다.
TM영업의 성공은 손해보험업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01년 시작된 온라인자동차보험이 보험영업에서 신채널의 가능성을 확실히 입증했기 때문이다.
2001년 10월 교보생명의 자회사로 교보자동차보험이 설립됐다. 자동차보험을 전화로 판매하는 대신 설계사 수당 등을 없애 보험료를 평균 15% 떨어뜨린 교보자보의 사업 모델은 자동차보험 영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보험료 차이에 민감한 젊은 운전자 중심으로 온라인차보험 가입이 쇄도했고 교보자보의 시장점유율은 영업 개시 1년도 안돼 2%를 넘을 만큼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 5월과 11월 제일ㆍ대한화재 등 기존 손보사들이 이 시장에 진입했고 2003년 12월과 2004년 1월에는 교원나라ㆍ다음다이렉트 등 온라인전용자동차보험사들이 설립됐다.
현재 온라인자동차보험 영업을 하고 있는 손보사는 모두 11개. 7월 말 현재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에서 온라인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8%.
신용길 교보자보 사장은 “영국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온라인 상품의 점유율이 30~40%대로 올라서는 데 20년이 걸렸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10년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이고 장기적으로 온라인 상품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새로운 보험가입 방식을 고객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영업에서 신채널의 가능성을 연 TM영업과 온라인자동차보험의 성공,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방카슈랑스의 도입은 보험업계에 영업전략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고 홈쇼핑 영업의 인기는 보험사들이 새로운 채널을 찾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