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 세계 무역분쟁 수면위 부상

세계 경제에 무역위기가 표면화하고 있다.지난 19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계기로 세계경제에 무역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날 클린턴 미 대통령은 올해의 미국 무역정책에 대해 제안한 것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자유무역」확대를 위해 이른바 「클린턴 라운드」를 공식 제창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등 불공정 무역관행국가들에 대해서 단호한 응징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당장 관심은 바로 후자에 있다. ◇미국의 공세적 무역정책= 이날 클린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일본의 대미 철강수출 급증문제를 언급했다. 클린턴은 『급증하고 있는 일본의 대미 철강수출이 반전되지 않으면 미국이 대응할 것』이라고 공개 천명했다. 이에 화답하듯 미 무역대표부(USTR)의 샬린 바세프스키 대표도 『당장 지난 12월중 일본의 대미 철강수출이 감소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 미·일 철강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강력 시사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일본은 미국의 철강수출 자율규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고 미 철강업체들의 손해배상 요구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난다며 제소 방침을 밝혔다. 또 클린턴 대통령의 연두교서의 의미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미와자와 기이지(宮澤喜一) 일 대장성은 『일본의 철강수출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철강수출을 둘러싼 마찰 때문에 일본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가 높아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미국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일본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전년에 비해 400%나 늘어났다며 미 법원에 소송까지 한데 이어 클린턴의 연설 다음날인 20일 워싱턴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미-중, 미-EU간 무역분쟁 가능성= 중국의 막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20%가 증가한 6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세프스키 미 USTR대표는 이날 『중국도 미국 시장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으려면 대미 무역불균형을 시정해야 한다』며 중국에 대해 불공정 무역관행의 시정을 강도높게 촉구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해 각종 무역장벽을 제거하라는게 미국의 요구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 바나나 분쟁도 세계무역 현안이다. 미국은 EU이 미국산 바나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해 지난해말 100% 보복관세 부과방침을 발표하는 한편 WTO에 이를 제소한 상태다. 양측이 극적인 타결을 보지 못할 경우 오는 3월 보복관세가 부과되는 등 미·유럽간 무역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역갈등의 원인및 향후 전망= 지난 97년부터 18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 위기가 이같은 무역 분쟁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이 경제위기의 탈출구로 수출을 늘리면서 일본, 중국 등 아시아산 제품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잠식, 현지 제조업체들의 수익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올해 경제성장율이 지난해보다 낮은 2.5% 안팎에서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클린턴 미 대통령이 탄핵정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공세적 무역정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해 1,600여억달러에 달했던 미 무역적자가 올해 2,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통상압력을 가중시키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미 정부는 클린턴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계기로 「신포괄무역법안」등 무역파트너들을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신포괄 무역법안」은 기존 통상관련법을 강화하기 위해 일련의 개정안을 한데 묶은 법안이다. 통상법 301조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독점금지법의 역외적용 조치없이도 무역상대국 민간기업의 무역관행에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미 정부의 의도다. 이와 함께 통상법 201조가 정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의 발동요건도 완화, 발동요건중 「주요」,「심각한」등의 문구를 삭제하거나 수정한 초강경법안이다. 이 법안은 이르면 이달중 미 의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한편 클린턴이 이날 공세적 무역정책을 천명한 것은 2년전 미 의회의 부결로 실패했던 신속처리권을 얻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실제 필립 크레인 공화당의원은 『이같은 무역정책 표망을 통해 의회로부터 신속처리권한을 부여받아 클린턴 라운드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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