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일본 중앙은행의 노력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일본은행 등 금융당국은 섣부른 엔화 강세가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강세저지를 위한 시장개입에 재차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회복세를 반영, 미국내 투자자금들이 몰려들면서 엔화강세가 불가피하다는게 현재 외환 시장의 판단이다.
◇재개된 시장개입=도쿄(東京) 외환시장이 휴장했던 20일, 일본은행은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FED)에 시장 개입을 요청, 뉴욕시장에서 5억~10억달러 규모의 엔화 매각-달러 매입에 나섰다.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께 뉴욕 준비은행이 엔화를 매각하기 시작한지 불과 수분만에 엔화는 달러당 118.30엔에서 119.30엔으로 단숨에 1엔이나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개입이 FED자금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일본은행 보유계좌의 엔화 자금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공조」보다는 「위임」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엔화는 다시 118.97엔으로 반등했다. 딜러들은 뉴욕 FED와 일본 은행의 개입효과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엔화는 왜 오르나= 대부분의 외환 전문가들은 일본이 언제까지 엔화 강세를 저지할 수 있을지에 깊은 의문을 나타냈다.
체이스 증권의 카렌 파커 통화연구 책임자는 『단기적으로는 엔화강세를 저지할 수 있겠지만 개입 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6차례에 걸쳐 총 230억달러에 달하는 엔화를 시장에 쏟아부었고 유럽중앙은행(ECB)까지 공조했음에도 시장의 분위기를 압도하는데는 실패했다는 것.
이처럼 엔화 강세를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일본 경제가 10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는 판단 때문. 연율로 7.9%에 달한 1·4분기 경제성장율, 2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인 단칸(短觀)지수에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도 거의 2년만에 1만8,500포인트를 회복하면서 미국 등에서 빠져나온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119엔대가 1차 저지선= 제한적이었지만 시장개입으로 인해 21일 도쿄시장에서도 엔화는 119.03~05엔에 거래돼 뉴욕 시장 거래가보다 하락했다.
특히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을 해치는 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힌 점도 투자자들의 엔화 매입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산와 은행의 사하라 미쯔루 외환부분 부책임자는 『미야자와 장관의 발언은 엔 강세를 저지하려는 일본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고무된 해외 투자자들의 엔 매입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 5월 무역적자가 231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입장에서 이같은 일본의 인위적 엔 약세를 계속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