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고… 벼랑끝 중기 숨통 트이나/업종별 영향 분석

◎전자 금형 제지업계 “반사익 클 것” 희색/공구 통신 등 기대속 경기회복엔 신중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이에따른 판매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최근 엔고 훈풍이 불어 오고 있다. 중소기업은 올들어 지난 1·4분기까지만 해도 수출 총액이 1백11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대비 6.2% 감소하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7.3%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낮아지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 엔고 호재로 인해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엔고에 따른 효과가 가시화되려면 적어도 몇개월 이상은 지나야 하고, 업종별 희비도 엇갈리겠지만 전반적으로 중소기업에 「숨통」은 틔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엔고에 따른 업종별 영향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전자부품 중소전자부품업체들은 미국시장의 활황으로 수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고라는 뜻밖의 호재를 만나 즐거운 비명. 전자부품업계는 엔화강세가 부품업체들 뿐만 아니라 세트업체에게도 수혜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제품의 80%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수출전문 전자부품업체인 로옴코리아의 심장섭 사장은 『최근 트랜지스트, 다이오드 등에 대한 수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엔고까지 겹쳐 전망이 밝다』면서『국내 정치, 경제적 여건만 안정된다면 올 매출 목표를 2억달러 이상으로 늘려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장기적인 호재」 이는 중소정보통신업체들이 최근의 엔화강세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중소정보통신업체들은 엔화강세로 당장 가시회되는 효과는 미미하며, 상당부분의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로 인해 오히려 수입에 따른 역효과가 먼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출증가요인으로 작용해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무선호출기를 수출하고 있는 팬택의 한 관계자는 『엔화강세가 지속되면 수출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축전지 연축전지 메이커들은 일본은 이미 10년전부터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에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고 해서 당장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전반적으로 큰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들 전지제조업체들은 중동에 대한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형 그동안 대일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수출이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던 금형업계는 최근 엔고를 가뭄뒤의 단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금형업계는 지난해 대일무역적자가 전년보다 5천5백만달러가 늘어난 1억4천만달러에 달했고, 올들어 지난 1·4분기동안에도 7천2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하는 등 대일 무역적자 행진을 계속해 왔다. 조합의 한 관계자는 『금형납기가 최소 4개월이 소요돼 8개월 정도가 지나야 엔고에 따른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엔고가 지속된다면 동남아시아와 중국시장에서의 대일 경쟁력이 크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선기자재 연간 3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 조선기자재시장은 아직 엔고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조선업계가 향후 3년 가량은 예약된 오더물량 이외의 추가 수주여력이 없어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따라 국내 기자재업체의 납품량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특히 엔고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조선업체에 대한 기자재납품을 둘러싸고 일본 기자재업체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자재업체의 수주경쟁이 유리해질 전망이다. 이와관련,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엔저가 한창일 때는 국내 기자재업체들의 가격우위가 사라져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국내 5대 조선메이커가 발주한 기자재 입찰에서 번번히 일본업체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공구 일부에서는 6억2천만달러 이상의 국내 공구수입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제가 엔고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며 국내시장 공략이 주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구류의 국산화가 상당히 미진, 고속도강 및 초경합금공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템을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고, 해외시장에서 일제와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엔고 효과는 당분간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다만 엔고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직접 수출이 어려워져 국내 업체와 합작해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자기 한국도자기는 지난해 처음 일본의 백화점에 매장을 내고 소량의 도자기를 수출한 바 있지만 이후 더 이상의 수출이 없는 상태며, 행남도자기는 수출이 전무하다. 또한 수입도 연간 2억∼3억원 가량의 안료를 사들여 오는데 그쳐 이번 엔고현상으로 도움도 손해도 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도자기가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제외돼 일본제 도자기가 물밀듯이 들어올 경우 대부분의 영세업체들이 고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엔고현상이 당분가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제지 최근 중국·홍콩·동남아시장의 수요증가로 인쇄용지, 판지 등의 수출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엔고 현상이 일어 더욱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관련, 일본 제지류는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고품질과 엔저를 동반한 가격경쟁력 제고로 국내업계에 상당한 부담을 줘 왔었다. 골판지포장 및 인쇄기기업계의 경우 그동안 고성능의 일본제품 수입증가로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엔고의 영향으로 국내시장에서 다소 가격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염료 주요 수요처인 염색업계의 수요부진과 외국산 수입제품의 시장잠식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엔고에 따른 일본제품의 수입이 다소 주춤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제품의 경우 국산화가 안되는 품목이 대부분이어서 엔고가 수입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염료업계는 일본 독일 등 고가품과 중국 인도 등 저가품 사이에서 샌드위치 공략을 당하고 있다』며 『기술개발을 통한 염료 고급화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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