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다국적군 리비아 공습] "폭격만으론 조기 종결 어렵다"… 결국 지상군 투입 가능성

■장기전으로 가나<br>"어떠한 작전도 배제 안해"… 英 외무장관 모호한 언급<br>제2 이라크전쟁화 우려에 실제 투입은 쉽지 않을듯

미국ㆍ영국ㆍ프랑스가 주축이 된 다국적군이 리비아 민간인 보호라는 명분하에 지난 19일부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 측의 군사ㆍ방호 시설에 폭격을 가하고 있지만 카다피가 의도한 대로 리비아 사태가 장기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다피가 건재하는 한 지상군 투입 없는 제한적 군사 작전으로는 리비아 사태가 조기 종결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등 일부 국가는 공식적으로 지상군 투입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군사개입 장기화에 대비해 국제적 논란과 반대를 무릅쓰고 지상군을 투입하는 '고육책'까지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 리비아 군사작전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국과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작전에 나서고 있는 점 역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주도했던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카다피의 병력을 진압하기 위한 지상군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헤이그 장관의 발언에 외신들은 '현재로서는(at the moment)'이라는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블룸버그통신은 "헤이그 장관이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또 헤이그 장관은 "점령군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리비아에 대한 지상 작전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면서도 "실행 가능한 어떠한 작전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 1973 결의안은 리비아 영토 내 외국군 주둔을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다피의 결사항전 의지가 확고한 점도 다국적군의 군사작전 조기 종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카다피는 전날 "끝없이 길고 지루한 전쟁에 나설 것"이라며 장기전으로 끌고 갈 자세를 보인 데 이어 20일 자신의 트리폴리 관저가 미사일에 파괴되자 오후9시(현지시간) 즉각적인 정전을 다시 한번 선언했다. 다국적군은 카다피의 정전 제의를 기만 전술로 일축하면서 이틀째 공습을 이어갔다. 빌 고트니 미국 해군 중장은 "카다피의 정전 선언은 믿기 어렵다"며 다국적군의 첫 공습 직전 카다피가 정전을 선언하면서 동시에 반군 기지인 벵가지를 공격했던 점을 언급했다. 카다피가 정전을 선언했을 뿐 항복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도 다국적군이 재공습에 나선 이유가 됐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국제사회의 초기 작전이 성공적"이라며 "카다피가 그의 미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다국적군과 카다피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미 국제전으로 비화된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하고 결국은 지상군 투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 전략정보분석업체인 스트랫포(Stratfor)의 조지 프리드먼은 "카다피의 핵심 병력은 기갑부대, 특히 대포"라며 "카다피의 공군을 파괴하고 병력을 고립시키는 것만으로는 다국적군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진짜 전쟁은 지상전"이라고 지적했다. 다국적군이 현재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는 무기로 전투기 폭격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카다피가 지지자들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어 현실적으로 민간인 희생을 완전히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다피가 기갑부대 등을 앞세워 다국적군을 지상전으로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상군 투입은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국가들이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는데다 지상군 투입에 따른 다국적 군인의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칫 제2의 이라크전쟁처럼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카다피가 궁지에 몰리면 최후의 카드로 화생방 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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