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스닥침체 美경제 연착륙탓?

나스닥침체 美경제 연착륙탓?인터넷·통신업종등 일제히 하락 미국 경제의 연착륙(소프트랜딩)이 나스닥시장의 침몰을 불러오는가. 그동안 연착륙의 성공은 금리인상 우려를 희석시켜 월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일반적 인식이었다. 물론 연착륙의 전제조건인 점진적인 경기둔화가 「금리인상 행진종료」라는 호재와 「기업실적 둔화」라는 악재를 동시에 불러오는 「양날의 칼」이라는 경고가 계속 있었다. 하지만 경기둔화의 영향은 소비재 등 구경제(올드 이코노미)의 블루칩들에게나 나타날 문제지, 신경제(뉴 이코노미)의 첨단기술주들은 이와 무관하게 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인식이 월가에 팽배해있었다. 문제는 이달들어 기업들의 2·4분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막상 경기둔화의 영향이 신경제의 첨단기술주에게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초 BMC소프트웨어 등 소프트웨어회사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데 이어 최근 에릭슨, 노키아 등 통신장비회사들이 하반기 실적 부진을 경고했으며 27일(현지시간)에는 급기야 인터넷의 대명사 아마존이 기대에 미흡한 실적을 보였다. 반도체도 이달초 살로먼 스미스바니증권에서 향후 공급과잉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지난주부터는 열흘중 단 하루만 반등하고 나머지 9일간 수직하락하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인터넷, 통신, 반도체 등 소위 첨단기술주의 대표업종들이 일제히 곤두박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시스코시스템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업종과 바이오테크 정도가 첨단기술주중에서 버티는 업종이다. 이로 인해 지난달 후반부터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하던 나스닥시장은 지난주부터 9일(거래일 기준)만에 단 이틀만 상승하고 나머지 7일간 급락하는 약세를 보이면서 결국 10%나 하락, 4,000선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첨단기술주들의 실적이 구경제 블루칩에 비해 결코 부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첨단기술주의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기대감까지 반영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기대에 못미치거나 향후 실적 전망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도 곧바로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절대적인 실적이 부진하다기보다 주가대비 실적이 부진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서서히 싸늘해지고 있다. 브리언 머레이의 투자전략가 피터 쿨리지는 『그동안 첨단기술주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느끼기 시작한 투자자들이 첨단기술주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고 조셉 군나르의 애널리스트 도널드 셀킨도 『첨단기술주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들던 투자자들이 종목별로 꼼꼼히 따지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기존 블루칩으로 도망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에렌크란츠 킹 누스바움의 수석투자전략가 배리 하이먼은 『지금까지 애널리스트들이 첨단기술주의 전망을 지나치게 밝게만 내다봤던 결과』라고 지적했다. 어찌됐건 당분간은 첨단기술주의 인기를 만회할 만한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고 월가의 전문가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좋은 실적을 발표하는 개별 종목이나 눈길을 끌 수 있을 뿐 종전처럼 업종별로 또는 첨단기술주면 무조건 매수대상였던 시절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수익보다는 시장점유율, 향후 시장지배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받던 아마존까지 침몰하는 상황에서는 향후전망을 무기로 내세우는 닷컴기업이 설 자리가 애매해졌다는 걱정이다. 서부에 「금」 매장량이 생각보다 적거나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렸다는 인식이 최소한 월가에서는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구경제 블루칩들은 첨단기술주가 출렁거리는 반사효과로 그동안의 찬밥신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07/28 18:24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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