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우울한 건설산업

[기고] 우울한 건설산업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원장 얼마 전에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건설의 날 기념행사가 있었다. 팡파르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각종 시상이 이어지면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건설산업의 암울한 현실과는 묘한 대비를 이뤘으며 참석한 대부분의 건설인들 속내도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건설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토목 부문은 정부의 예산 감축으로, 또 건축 부문은 획일적인 투기억제책의 영향으로 건설 수요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지역간, 업체 규모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돼 지역 경제와 건설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숫자를 보자.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지난 2003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내년 SOC 투자 규모도 2~3% 줄어들 전망이다. 미분양 아파트는 올들어 매월 5% 가까이 늘며 전국에서 6만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선행지표라는 건축허가면적도 5월 한달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감소해 3월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1개 건설사의 평균 수주금액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일반건설 부도 업체 수도 4월에는 50개사를 넘어섰다. 전경련은 2ㆍ4분기 건설수주액이 지난해에 비해 18.4% 감소했으며 3ㆍ4분기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작은 희망마저도 쉽게 용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새로운 시장으로 민자사업과 해외 건설시장이 떠오르고 있으나 내막을 보면 편치가 않다. 정부는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해 업계에 물량도 제공하고 SOC 시설도 확충하겠다고 한다. 당장 급한 건설회사들이 사업제안서를 작성한다, 금융을 조달한다, 운영사를 확보한다, 발주처와 협상을 한다고 법석이다. 많은 중견 업체들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건설사에 적합한 역할은 아닌 것 같으며 사회적으로도 비용이 과다한 사업 방식으로 보인다. 해외 건설도 부쩍 활기를 띠고 있으며 올해에는 해외 건설 수주액이 유사 이래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건설 참여 업체와 진출 지역이 과거보다 다양화됐고 자체 개발사업, 또는 금융을 동반한 수주공사도 늘고 있다. 고위험을 무릅쓴 도전 정신을 높이 사야 하겠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 걱정된다. 중소 건설 업체들이 전통적인 활동 터전을 잃고 민자사업, 또는 해외 건설이라는 생소한 영역으로 떠밀리는 측면이 느껴져 안쓰럽기도 하다. 이렇게 놓아둘 수는 없다. 건설은 지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다. 다른 산업과 달리 정부는 건설산업 최대의 구매자이며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수수방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건설산업의 생산 기반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SOC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 복지적 지출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SOC 투자를 늘려야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이 정착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비용 대비 최고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입찰제도를 도입해 건실한 건설 업체가 정당한 경쟁을 통해 공사를 딸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한다. 또한 업계에 대한 실태 조사를 강화해 부적격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건설 업계도 할 일이 있다. 건설산업은 그동안의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각종 비리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부도덕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 경쟁과 부실 시공에 따른 대형 사고의 주범이기도 했다. 더구나 3D로 대변되는 열악한 근무 환경은 젊고 우수한 인력의 유입을 막고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돼 있는 산업을 살리자는 주장이 호소력을 갖기 어렵다. 건설산업은 최우선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윤리경영 및 사회적 책임의 실천 등 경영 혁신을 통해 국민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 꾸준한 기술 개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삶의 질 향상과 경제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사랑을 얻어야 한다. 신뢰받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200만 건설인이 어깨를 펴고 즐거운 건설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7/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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