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 또 급등뮤추얼펀드 환매줄고 국제자금 다시 돌아와
최근 며칠 사이에 나타난 뉴욕 증시의 기록적인 급등은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경제가 호전되거나 기업수익이 개선되는 등의 경제 기초여건과 관련한 주가 급등이 아니고, 투자군중의 심리적 안도감과 저가 매수에 따른 이익 실현 물량이 분출하면서 생겨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 회복에 관한 분명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뉴욕 증시는 또다시 하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업 회계 부정 사건이 끝나지 않았고, 연내 전쟁 가능성과 테러 위협이 잔존해 있기 때문에 짧은 기간의 폭등으로 대세 상승을 운위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월요일인 29일 뉴욕 증시는 한주전 만에 블랙먼데이를 걱정하던 분위기에서 180도 전환, 다우존스 지수가 며칠 사이에 두번째로 400 포인트 급등했다.
이로써 지난 4영업일간 다우존스 지수는 무려 1,000 포인트(13.1%) 상승, 69년만의 기록을 세웠다. 뉴욕 증시 상승은 달러 하락을 역전시켜, 달러는 1주일 사이에 엔화에 대해 4% 상승, 1달러당 120엔을 넘어섰다.
뉴욕 증시가 급등하면서 높은 이익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 자금이 미국으로 방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관심은 뉴욕 증시가 얼마나, 언제까지 더 상승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지난주초 뉴욕 증시가 반등할 때 월가 매니저들의 통념은 앞으로 10~15% 더 오른다는 것이었다.
다우존스 지수는 이미 이 범위에 들어왔지만, 몇가지 기술적 여건이 추가 상승여력을 점치게 한다. 뮤추얼 펀드에 대한 상환 요구가 줄고, 통신회사 퀘스트의 11억 달러 회계 분식 사건이 무시될 정도로 시장이 안정감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 수익이 개선되지 않고, 미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증시 상승은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지난 2ㆍ4분기 S&P 500 지수 구성기업의 수익은 전년동기에 비해 1% 증가한데 그쳤고, 내구재 소비와 소비자신뢰지수도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분기 이후 성장률이 연초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주 사이에 뉴욕 증시가 기록적인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면서 세계 경제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 상반기에 뉴욕 증시와 차별화하며,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던 아시아 시장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사라지고, 다시 동조하는 리커플링(re- coupling)이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달러 하락에 편승, 위기 직전에서 한숨 쉬었던 브라질의 헤알화가 달러 반전을 못이겨 급락하고 있다. 아시아의 홍콩, 타이완도 달러 상승의 무거운 하중을 받게 돼 이번엔 이머징 마켓이 걱정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