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빚 갚아라" 업무시간에 회사 난입… 직원들 공포에 시달려

[으스스한 구조조정 뒤안길] ■ 도 넘은 채권추심<br>추가 살생부 발표 앞두고 부실털기 올인… 저축銀 이어 대부업계도 불법추심 극성<br>예보 회수 종용·당국 PF대출 제한도 한몫<br>당국, 적발땐 처벌 강화 등 대책마련 나서

구조조정의 뒤안에는 무서운 일들이 기다린다. 영업정지를 당한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곳은 개인이건, 기업이건 간에 대출상환 압력에 시달린다. 지난 9월 7개 부실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다음날 서울의 한 저축은행 창구에 예금자들이 몰려 있다. 서울경제DB


수도권에서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구모(52)씨는 최근 운영자금을 대출받은 저축은행으로부터 강도 높은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경기침체로 거래처의 납품대금 결제가 지연되면서 원금상환을 연체했다. 사정을 설명해봤지만 저축은행 채권추심 관계자들은 막무가내로 업무시간에 회사를 방문해 연체대금 납부를 종용, 진땀을 뺐다. 구씨는 "직원들이 버젓이 있는 사무실에 들이닥쳐 연체대금을 받으러 왔다고 큰소리로 외치더라"며 "회사 운영상황을 잘 모르던 직원들조차 사건 이후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곳곳에서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한 채권추심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 특히 막바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저축은행은 채권추심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 더불어 선두업체들의 영업정지 위기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대부업계에서도 채권추심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채권추심 차단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하지만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추심행위를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회사 생존게임에 우는 서민들=최근 불법채권추심 행위는 지난 9월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집중 이뤄지고 있다. 영업정지 이후 신규대출이 중단되자 부실채권 회수에 올인하고 있는 셈. 특히 최근 신한ㆍKBㆍBS금융지주(부산은행) 등이 인수한 일부 저축은행은 부실채권 회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우량자산만을 인수해 부실자산을 떠안은 예금보험공사에서 부실회수를 종용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들은 이미 의향서를 제출할 때 인수예정 자산을 확정한 상태"라며 "지주사들이 추심을 거론할 필요도 없고 그럴 위치도 아니다"라며 예보의 압력을 에둘러 얘기했다. ◇추가 생존 발표 앞두고 추심 기승=하반기 경영진단 때 간신히 영업정지를 모면한 6개 저축은행은 이달 말 적기시정조치 유예기간이 끝난다. 부실채권을 조금이라도 거둬들여야 건전성이 올라간다. 한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부실채권 비율이 7.88%에서 올해 9월 말 13.26%까지 치솟으며 부실채권 털어내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제한한 것도 불법채권추심 행위를 부채질하고 있다. 먹거리가 없으니 기존 대출이라도 회수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2조2,000억원에서 올 6월 말에는 7조4,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대부업체들까지 빚 갚아라 독촉=불법채권추심 행위는 대부업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11월 업계 1ㆍ2위 업체인 러시앤캐시 및 산와머니 등이 불법 초과이자 수취로 영업정지 위기에 몰리면서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대부업계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저축은행과 캐피털이 대부업체에 대출을 중단하며 신규여신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부실채권추심과 기존 대출의 리볼빙 수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업체들의 불법추심행위가 일부 있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며 "신규대출이 어려워지자 부실채권을 추심하며 일부 무리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국, 불법추심 처벌 강도 높이겠다는데=금감원은 전문 추심인력들의 이동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추심 전문업체에 등록된 추심인력이 1만5,000명 수준이었지만 최근 1년 사이 10%가량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 중 상당수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의 추심인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추심 전문인력들이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며 불법추심행위가 발생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며 "사법당국과 협조해 불법추심행위 적발 및 처벌 강도를 높이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