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달러 환율 4년만에 최저 "시장자율" vs "개입" 팽팽

불개입론<br>한은등 "경기 양극화, 인위적 개입 탓" 원화가치 저평가 추가하락 용인 시사<p>개입론<br>"급속한 절상은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속도조절 차원 외환 정책 운영 불가피"

원ㆍ달러 환율이 1,110원에 근접하며 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개입이 지금의 시장 왜곡을 초래했기 때문에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호황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장 자율론자= 한국은행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원화 절상)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환율은 시장 기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은은 수출호조에도 불구,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 현상이 최근 수년간의 인위적인 환율 부양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요즘 들어 환율정책과 관련해 힘이 실리고 있는 한은이 추가 환율하락을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은 7일 ‘비(非)교역재 모형을 이용한 최근의 수출호조 및 내수부진에 관한 분석’을 통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왜곡해 수출에만 힘을 집중시킬 경우 내수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동구 금융경제연구원 국제경제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원화가치는 물가 등 실질 구매력 평가를 반영한 PPP환율과 비교할 때 지속적으로 저평가돼왔다(환율이 적정 수준보다 높았다)”며 “지난 6년간 수출부양을 위한 환율정책으로 시장과 가격이 제 기능을 못해왔으며 최근 환율하락은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환율상승이 수출제품의 원화환산 가격을 높이는 반면 서비스 등 내수 관련 분야의 가격을 떨어뜨려 경제가 양극화하는 과정을 비교역재 모형을 통해 입증했다. 최영준 경제연구팀 과장은 “환율이 오르면 교역재(수출 분야)의 경쟁력이 향상돼 노동력이 교역재에 집중, 비교역재(내수) 부분은 침체하게 된다”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아 환율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요인이 크기 때문에 실질 소득이 줄고 이는 또다시 내수부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과정을 멕시코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멕시코는 94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97~2000년까지 수출급증에 힘입어 6%를 넘는 고성장을 이뤘지만 내수침체ㆍ신용경색 등 우리와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2001년 이후 결국 수출마저 둔화되자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외환시장 개입론= “다리 한쪽(내수)이 부러진 데 이어 성한 다리(수출)마저 망가질 상황이다.”(S기업 수출담당 임원) 환율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숨죽여 있던 ‘수출부양 우선론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장 원리’만을 강조하며 정부의 환(換)시장 개입을 무조건적으로 지탄할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냐는 것이다. 강삼모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환율 방어 비용 증대에 대한 우려로 당국의 시장개입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지만 방향을 바꾸려는 무리한 개입이 아닌 속도조절 차원의 외환정책 운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시 개입이 범죄시되고 있지만 개입의 공과는 한참 지난 다음에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율 개입론자들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수준을 우선 거론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53.1%가 환율 급락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화의 급속한 절상은 경공업과 1차 상품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현 환율 하락이 사실상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올들어 원화가치는 달러 대비 6% 가까이 절상된 반면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타이 바트화 등은 3~7% 선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개입론자들은 특히 개입을 통한 수출부양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수출마저 포기할 것이냐고 지적한다. 정부 관계자는 “남은 다리(수출)마저 부러뜨려 없는 다리(내수)와 균형을 맞출 수는 없지 않느냐(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는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소비가 내년 하반기에나 살아나고 수출 부분에서 역기저 효과(비교연도의 절대적인 수준이 높아 증가율이 떨어지는 현상)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출 신장세를 유지해줘야 한다는 중압감을 읽을 수 있다. 개입론자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외환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재경부는 극도로 발언을 삼가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에 따른 1조8,000억원 규모의 손실로 국정감사에서 ‘지탄’을 받은 데 따른 위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환율안정 의무를 지닌 당국이 나서기에는 먼저 (개입이 필요하다는)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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