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9일] 형식논리에 치우친 KB 인사

"인사만 놓고 보면 거대 금융지주의 수장으로서 기본적인 포용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김중회 KB금융지주 사장이 8일 해임됐다는 얘기를 듣고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국민은행장)의 인사방식을 이렇게 평가했다. 물론 이번 인사 한 건만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강 행장은 지난해 10월 황영기 전 회장이 감독당국의 중징계를 받아 사퇴한 지 6일 만에 황 전 회장 사람으로 분류되는 임원과 부장들을 대상으로 물갈이 인사를 했다. 부장들은 뒤에 지점장으로 나가거나 은행서 보직을 받았지만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일련의 사건을 보면 강 행장이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빠져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의 인사가 그렇고 최근 KB지주 회장 선출이 그렇다. 강 행장 입장에서는 회장 직무대행이므로 권한에 맞게 인사를 했고 KB지주 회장 선출 건도 절차상 문제가 있었냐고 강변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지만 조직 안팎과 여론이 이를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문제가 된다. 대통령이 고유권한이라며 측근을 요직에 앉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에게 보복성 인사를 한다면 과연 옳은 일일까. 형식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은 조직(국가) 발전에 큰 장애가 된다. 본인에게도 두고두고 부담이다. 강 행장은 인사 분야에서만 벌써 두 번째 과속페달을 밟았다. 조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이에 대해 "얽히고설킨 KB사태를 풀고 조직을 추스르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이들은 많지 않다. 지금 강 행장의 행보는 KB지주의 회장 선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금융당국의 행태와 겉모습은 다를 수 있어도 지나친 권력욕을 나타낸다는 점은 같아 보인다. 강 행장이 조직의 최고경영자(CEO)답게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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