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값을 둘러싼 제강업계와 건설업계의 갈등이 길어질 경우 전국의 건설공사 차질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세계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기 전 국제 원자재 가격이 먼저 폭등한 데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된 것. 문제는 자동차ㆍ가전산업 등으로 갈등이 확산될 여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22일 철강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두 업계의 갈등은 어느 정도 예고됐던 부분이다. 철근 메이커들은 원료인 철스크랩(고철) 국제가격이 올 들어 30%가량 올라 원가부담이 누적됐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아직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가격인상을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측은 "철강업계가 가격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방적으로 공급을 끊은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가격에 대한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거래가 성립하지 못한 것이지 고객사에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도 "철스크랩 가격이 너무 올라 철근 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고 건설업계와 조율을 통해 서로 감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두 차례, 무려 톤당 10만원이나 기습 인상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정훈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장은 "협의가 되지 않은 일방적인 인상폭을 건설사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더욱이 건설업계는 전국에 산재한 미분양 물량과 금융권의 PF대출 등에 대한 이자로 허덕이고 있어 철강업계의 가격 인상폭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또 현재가 건설경기 호황기가 아닌 점, 시장에 유통되는 재고도 충분하다는 점을 들어 "지금은 가격을 대폭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재까지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산 등 철근 물량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들이 언제까지 직거래가 아닌 유통점 구매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사태가 길어질 경우에는 공사 현장이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서 철스크랩 가격을 밀어올렸고 결국 건설업종과 철근 메이커의 갈등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열연ㆍ냉연강판 가격이 오를 경우 자동차ㆍ가전산업과 철강업계 간의 갈등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