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때이른 주총준비
"경영권 방어·집단소송제 줄소송 대비하자"오너 해오IR 참여등 주주 관계개선에 역량 집중경영현안 뒷전 성장잠재력 후퇴등 부작용 우려
"예년 같으면 지금이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지만 올해는 내년 주주총회 대비가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의 K상무)
상장기업들이 벌써부터 내년 주총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오너의 해외IR 참여는 물론 대주주 지분 늘리기, 우호주주와의 관계개선 등에 자금ㆍ인력 등을 집중 투입하는 사례가 벌써 등장하고 있다.
올들어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지난 9월 말 현재 시가총액 비중 43%)이 위협적일 정도로 급증한데다 오는 11월 사모투자펀드(PEF)가 예정대로 도입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한 방어벽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올들어 외국인이 2대주주로 올라선 상장사는 138개로 지난해 말의 116개보다 22개나 늘면서 100여개 가량이 외국인에 의한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장사의 경우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1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601개 상장사의 총 자사주 취득 규모는 5조3,107억원(신탁 제외), 건수로는 97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23.9%, 18.3% 늘어났다. 자사주 취득 목적에도 현대엘리베이터ㆍ아세아시멘트에서 보듯 '경영권 안정'이라는 내용이 노골적으로 등장했다.
이 와중에 일부 상장사들은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고배당ㆍ자사주 취득 등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내년 초부터 실시될 증권집단소송제도도 상장기업들을 '주총 대비'로 내모는 커다란 요인이다. 최근 과거 분식행위가 드러난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형사 고발을 적극 검토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식품집단소송제, 소비자단체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도입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줄소송 사태가 우려된다"며 "상장사들이 경영권 방어 등 주총 준비에만 매달린다면 미래의 성장잠재력이 후퇴하는 것은 물론 경영 안정성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입력시간 : 2004-10-01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