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외상으로 사는 미수거래제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은 선진 증시로 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업계는 점진적 축소ㆍ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증권사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미수거래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과거 고금리와 부동산투자 수익률이 주식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고, 주식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커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생긴 게 미수제도다. 미수제도는 일정액의 증거금만 있으면 최대 4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다. 현재 주식 거래액의 20~25%는 미수거래가 차지하고 있다.
미수거래는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가 문제다. 외상으로 주식을 샀기 때문에 그만큼 손실폭이 커지므로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외상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되면 폭락이 폭락을 부추기고 패닉에 따른 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3일이라는 결제기간이 조급한 거래를 부추기는 것이다. 원금까지 날리는 깡통계좌도 이래서 생긴다. 단기간에 손해를 만회하려는 욕심에 외상으로 주식을 계속 산 결과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 주식시장에서는 미수금제도를 폐지했다.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의 안정성과 선진화를 위해서는 미수거래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전에 비해 주식투자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바뀌었고 주식시장의 볼륨도 국제적 수준으로 커졌다.
그러나 단기간에 미수제도를 폐지할 경우 주식시장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당국이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증권업계의 자율에 맡기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주가 변동폭을 분석해 종목별로 증거금률을 차등화해 투자자도 보호하고 시장의 활력도 떨어뜨리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응방식을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