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호황기보다 저비용에 체질개선·신사업 가능"

■ "불황이 기회" 재계 잇따른 변신 이유는<br>포스코 '현지 매물 인수'로 해외공략 전략 수정<br>삼성·LG는 기업분할 통해 '스피드 경영' 강화<br>롯데·두산 등 적극적인 M&A로 새시장 개척


재계가 최근 활발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는 것은 불황기에 호황기 때보다 손쉽게 사업구조를 바꿔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실험적인 사업진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는 주로 비교적 자금여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위기 때 기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불황은 변신의 기회=포스코는 최근 해외시장 진출전략을 수정했다. 기존에 추진해왔던 ‘그린필드형 투자(부지공사부터 시작해 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식)’가 아닌 ‘브라운필드형 투자(기존 제철소를 인수한 뒤 보강 투자하는 방식)’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불황기에는 새로운 제철소를 짓는 방식보다 매물로 나온 제철소를 인수해 추가 투자하는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위기상황에서 분명히 생존부터 해야 하지만 체력을 비축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작업도 동시에 해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인수합병(M&A), 계열사 신설, 기업분할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불황의 장점을 활용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고용조건보다 고용안정이 더욱 중요시되는 불황기에는 조직구조 재편에 대해 노조 등의 반발이 적기 때문에 사업구조 개편이 훨씬 수월하다. 또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비용도 호황기 때보다는 훨씬 적게 든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현재의 불황상황을 활용해 계열사 간 중복사업 통합 등 사업 구조조정과 새로운 시장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상 대한상의 기업정책 팀장은 “자금 사정이 좋은 기업들은 불황을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인식하고 사업구조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며 “불황이 너무 장기화되면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낮은 비용으로 좋은 신사업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작은 조직으로 스피드 경영 강화=국내 주요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기업분할에 나서고 있다. 조직이 작아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그룹은 올 들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ㆍ삼성디지털이미징을 기업 분할했다. 또 지난해에는 삼성SDI가 독일 보쉬와 합작해 2차전지 사업만을 위한 SB리모티브를 설립하기도 했다. LG그룹도 기업분할을 통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회사분할을 통해 국내 최대 건축장식자재 기업인 LG하우시스를 출범시켰다. 기존에는 LG화학의 한 사업부였지만 기업분할을 통해 독립법인으로 운영됨으로써 영업ㆍ판매 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수백억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G마켓과 옥션이라는 양대산맥을 넘지 못하고 있는 오픈마켓 ‘11번가’와 음악 서비스 ‘멜론’을 이르면 이번 분기 내에 분사할 방침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아래 있는 것보다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황기에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슬림화해 스피드 경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기업분할은 조직을 작게 함으로써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 입장에서 신사업 실패에 대한 위험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국내 주요 기업들은 M&A, 계열사 신설 등을 통해 불황 후 찾아올 경기회복기를 대비한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시장에서 신성장 사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OB맥주 인수에 대해서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와 잘맞는 국내외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지 M&A시장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유압기계 전문회사인 동명모트롤을 1,040억원에 인수해 계열사에 추가했다. 회사 측은 이 회사가 다양한 유압기술이 활용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분야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자본시장법 시행을 계기로 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증권업 진출을 위해 HMC증권을 설립해 계열사로 편입했고 현대중공업 그룹은 CJ투자증권 및 자산운용을 7,051억원에 인수해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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