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제도'보다 '사람'이 바뀌어야

서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체제 위해 한국의 '정'에 전인교육 조화시켜

교육 분야 진정한 개혁 필요한 때

국가 의식 리셋 작업 성공하려면 국민 모두 진정성 믿고 힘 실어줘야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국가안전처 신설 등 많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제대로 고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어떤 사고나 부정부패 등의 문제가 터지면 제도 보완을 통해 해결하려 애써왔지만 또다시 편법이 생겨 허점이 드러나는 과정을 수없이 봤다. 세월호 참사도 관련 종사자들이 기존의 규정이나 제도만이라도 지켰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제는 제도적 장치만을 너무 믿지 말고 의식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다.

한국 사회가 서로를 믿고 제도를 맡길 수 있는 인격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국가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작업은 교육 분야의 진정한 개혁 없이는 단발성으로 끝나기가 쉽다. 윗사람의 지시나 눈치를 보며 직업 의식을 잃은 '자기 위주' 의식이 어려서부터 학교 교육을 거치며 자기도 모르게 형성된 것이다.

필자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식 셋을 한국 정신과 뿌리 교육을 위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보내 최근 8년 동안 한국 교육 환경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우수 교사들과 교육 환경이 제공되는 학교였음에도 '학생 위주'의 사고보다는 교사들의 자기 보신, 학교의 면피성 일처리와 일본식 교육의 잔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직된 학교 교육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미국보다 한국을 좋아하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은 사제 간, 선후배 간, 친구들 간의 한국인 고유의 '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익숙하지 않은 한국 문화와 언어에도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었다.이러한 인간미와 전인교육을 조화시켜 한국만의 독창성 있는 교육의 기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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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같은 경쟁 시대에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 이것이 미래시대의 경쟁력이다. 또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인 내부 갈등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외부와의 경쟁으로 돌릴 수 있다. 또한 글로벌 시민으로서 타인과 소수 및 약자에 대한 배려심, 다양성, 유연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립해야 한다.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한 나라의 의식을 리셋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진정성과 원칙을 가진 지도자가 소신 있게 밀고 나가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마음을 실어주지 않으면 성공이 불가능한 일이다. 기득권층을 상대로, 특히 대통령의 손발인 공무원을 상대로 의식을 리셋시키는 일은 국민의 확고한 지지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최근 일부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의 세월호 추모 행사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 무능한 사고 수습에 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배경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여러 번 나서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국가 개조 수준으로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한 만큼 일단은 진정성을 믿고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우리가 선택한 지도자를 신뢰하고 평가는 3~4년 후 선거에서 하겠다는 자세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혼란만 가중시킬수록 아깝게 희생된 젊은 생명들에게 더 부끄럽고 파렴치한 일이 되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나 두 진영의 관련 단체들이 첫 번째 리셋 대상이 돼야 할 것 같다. 애도의 마음을 오래 간직해 국가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침체가 너무 오래가면 갈수록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더 벗어나기 힘들고 무거운 고통이 된다. 아프고 힘들지만 이제는 일어서서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온 국민이 발전적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언론도 과도한 감성 위주의 보도보다는 근본적인 토양이 개선되도록 국가 의식 리셋 작업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할 때다.

/조영 앤트롭J인베스트먼트 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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