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6일 '2012년 3ㆍ4분기 가계동향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가계동향은 통계청에서 나오는 것인데 재정부는 여기에 설명을 단다. 이번 분기의 흐름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해석해주는 셈이다.
그런데 재정부의 자료는 반쪽자리였다. 이번 분기의 특징은 가계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는 줄여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이 역대 최저치였다. 소비지출 증가율도 1%로 지난 2009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 소비증가율 역시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재정부의 자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궁금했던 기자는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답은 "그 수치는 예전에도 자료에 넣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가계동향을 볼 때는 가계수지, 소득과 지출, 흑자율을 중요시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등록금 인하와 보육비 지원 같은 일이 있어 소비가 줄었다고 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소비가 이렇게 악화됐는데 정부 부처의 공식자료에 이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 없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재정부 자료를 보면 소비지출이 '1.0% 증가'했다고 작게 써 있을 뿐 소비위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오히려 '향후 소비확대 가능성 상존' '소득개선세 지속'같은 장밋빛 문구만 잔뜩이다. 등록금 인하도 이해는 되지만 그게 실제 소비 감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재정부는 이 물음에 답을 못했다.
경제는 심리다. 정부가 앞장서서 암울한 전망만을 늘어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실상은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소비침체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이를 축소하거나 소득이 늘어난 부분만 늘어놓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과 다름없다.
앞서 박재완 장관은 지난달 말 "소비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투자가 부진해 걱정"이라고 했다. 장관부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경기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적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