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주파수는 누구 것인가

주파수(전파)는 공공재(public goods)다. 따라서 주파수를 이용하는 방송이나 통신 업체는 상업성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LG텔레콤과 SK텔레콤은 최근 주파수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LG텔레콤이 현재 SK텔레콤용으로 사용되는 황금 주파수인 800㎒ 대역을 함께 쓰자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텔레콤 가입자들은 시골이나 산악 지역에서 통화하는 데 애를 먹는다. LG텔레콤의 경우 기지국이 부족할 뿐더러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1.8㎓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이동통신사업을 시작한 SK텔레콤은 우량 주파수인 800㎒를 선점했다. 하지만 뒤늦게 시장에 뛰어 든 KTF와 LG텔레콤은 품질이 떨어지는 1.8㎓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결국 KTF와 LG텔레콤의 경우 선발 업체인 SK텔레콤과 동일한 통화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지국을 필요로 하고 그만큼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LG텔레콤이 최근 ‘800㎒ 주파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LG텔레콤은 인구 밀집 지역인 전국 84개시를 제외한 농촌 지역 등에서 통화 품질을 높여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려면 800㎒ 로밍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협상의 당사자인 SK텔레콤은 묵묵부답이다. SK텔레콤은 이미 자사가 독점적으로 사용 중인 800㎒를 함께 사용하자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내부적으로 “(LG텔레콤이) 기지국을 많이 세우면 된다”고 반박한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일리는 있다. 하지만 주파수에 대한 보다 효율적 이용과 소비자의 편익 증진이라는 점에서는 LG텔레콤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양사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670만명에 달하는 LG텔레콤 고객들이 감수해야 하는 통화 품질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주파수의 진정한 주인은 자신들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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