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또 한번의 구제금융

아일랜드는 지난 주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자산건전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붉은색 잉크로 물든 아일랜드의 대차대조표에 한 획을 그으려는 새 정부의 과감한 시도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일랜드가 안고 있는 문제가 너무 크다. 아무리 철저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단지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하는 것 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아일랜드의 은행들이 스트레스 상황 발생시 예상되는 손실을 감당해내기 위해서는 240억 유로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스트레스테스트가 근본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가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스트레스테스트가 의심의 여지 없이 철저하게 실시되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주택 가격과 개인주택담보대출 손실 등이 포함됐어야 한다며 시나리오에 충분한 스트레스 상황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2년 동안 필요한 추가 자본에 대해 서로 다른 네 가지 추정치를 내놓았기 때문에 추후 다섯 번 째 추정치가 나올 경우 그것이 아무리 견실한 것일지라도 아무도 믿으려 들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현재 상황이 진짜 바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아일랜드 납세자들이 은행부실에 얼마나 노출될 지 확신을 갖기 전에는 아일랜드에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일랜드는 은행 구조조정을 통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종식시키려 하고 있다. 마이클 누넌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칼을 마냥 칼집 안에 넣어두지는 않을 것이다. 오는 2013년까지 전체 대차대조표 상에서 730억유로를 삭감함으로써 최종적으로 3곳의 은행만 남게 할 것이다.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크게 내딛는 한 걸음이다. 하지만 아일랜드 위기 규모를 견주어 볼 때 누넌의 '급진적' 계획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보인다. 진정한 급진주의라면 지난 1993년 미국에서 단행됐던 것과 같은 우선변제법 등의 대책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자산 분할을 통해 납세자와 담보채권자에 앞서 무담보 채권자들이 손실을 입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이 같은 계획은 리스크를 수반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은행 채권자들을 위한 정부의 마지막 출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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