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中위안화 절상 '동상이몽'

"위안화 환율 탄력성 향상 기대" VS "시장환율체계로 바꾸는 것뿐"<br>G20서 합의문 놓고 딴소리


"중국이 위안화 환율에 탄력성을 높이는 것은 성장에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제 위안화는 적정 환율수준에 근접했다"(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5일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각국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중국의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동상이몽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 환율문제를 놓고 대립해온 터에 이번 회의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일체 공식반응을 삼가한채 딴소리를 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들은 중국이 이번 합의문을 계기로 무역불균형 해소와 수입확대를 위해 위안화 절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위안화 환율체계를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일 뿐 위안화 절상속도를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며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천더밍 상무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위안화가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지난 2005년 7월 이후 달러화 대비 위안화는 30% 가량 절상됐다"며 이미 적정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발 나아가"지난 9월에는 시장 자체적으로 위안화 매도 압력이 거세지는 등 시장 기류의 변화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G20 회의에서 합의한 위안화의 시장환율체계 전환이 반드시 위안화의 가파른 절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5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3165위안으로 고시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지난 2005년 7월 환율개혁 이후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정영록 경제2공사는 "중국은 내수주도 경제모델 전환 등 자체의 장기적 발전계획에 따라 점진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추진해 나가겠지만 수출산업에 대한 치명타를 우려해 결코 서방이 원하는 대로 위안화 절상을 가속화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위안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4.5% 절상돼 당초 올해 시장의 절상 예상치인 5% 안팎에 근접했다. 따라서 연내 1% 안팎의 추가 절상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연간 기준으로 5% 정도의 추가 절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편 중국은 이번 G20회의에서 3조달러를 웃도는 세계 최대 보유외환액을 무기로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의 구애를 받으며 위안화 국제화나 국제기구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는 등한층 몸값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 대변인은 5일 외교부 웹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모든 참가국이 거시경제 정책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세계경제 의사결정 구조도 개선키로 했다"며 "대다수 국가는 먼저 유럽 국가들의 자체 노력을 통해 채무위기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마 대변인은 또 "개발도상국들이 중요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신흥시장 국가들의 경세성장 지속은 국제금융 혼란 속에서 세계 경제의 안정과 회복에 기여하고 활력을 불어 넣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 등이 중시하는 환율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선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국제금융기구에서의 위상 강화나 위안화 국제화 등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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