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생명을 살리자] <4> 일본에서 배운다

정부·지자체·민간 삼각편대 도우미… 긴급땐 한밤중도 달려가<br>자살 위기 경로·지역별 특성 분석한 '맞춤형 예방'<br>중앙정부서 잠재적 대상자 직접 관리하기도<br>전화상담·정기모임 등 활용… 전문인력 양성 힘써

일본은 정부·지방자치단체·자살예방단체 등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자살 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최대 자살예방 단체인 라이프링크 회원들이 도쿄의 한 전철역 앞에서 자살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일본은 장기불황으로 자살자가 지난 1998년 이후 매년 3만명을 넘어서면서 최고 자살대국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2000년대 들어 수십만명의 일본 민간자살예방단체 회원들이 서명운동 등을 통해 줄기차게 자살예방대책법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자 일본 국회는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일본은 2007년 1,000명이 넘는 자살 사망자의 사후조사 분석과 자살자 수 통계데이터를 근거로 자살 위기 경로, 자살의 사회적 배경과 자살자가 궁지에 몰리게 되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분석한 '자살 실태 백서'를 발표했다. 실효성 있는 입체적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은 것이다. 이 백서를 근거로 일본 내각부(총리실 역할)가 중앙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자살예방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조, 지역별 문화ㆍ특성ㆍ가치관 등을 고려한 자살대책을 활발히 진행해 자살자 수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자살자 수 줄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대지진ㆍ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후쿠시마현의 자살자가 6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8.8% 증가했다. 5월 일본 전역의 자살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3,281명을 나타냈다. 대지진 발생 전인 연초에 전년 대비 자살자 수가 20% 가까이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위기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자살예방단체들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도쿄 신주쿠의 '도쿄자살예방센터'도 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교대로 전화상담을 받고 있다. 하루 30건 정도였던 상담전화가 대지진ㆍ쓰나미 이후 4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도쿄자살예방센터의 니시하라 유우코 대표는 "전화상담만 하는 게 아니라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한밤중이라도 상담자의 집을 방문해 적극적인 자살 예방활동을 하고 있다"며 "정기모임을 통해 상담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전예방활동을 통해 원천적으로 자살을 봉쇄하기 위한 노력이다. 도쿄시 치요다구의 '라이프링크(민간자살대책지원센터)'는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상담을 전담하고 있다. 이 단체는5월1일부터 대지진 피해자 대상 상담전화를 설치해 7월 말까지 총 60여명의 직원들이 215건의 전화상담을 받았으며 내년 3월까지 상담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시미즈 야스유키 라이프링크 대표는 "자살은 민관이 연계해 사회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일본은 내각부 차원에서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살을 예방하는 것을 기본 모델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국영방송 NHK에서 프로듀서로 일했던 시미즈 대표는 2001년 자살자 유가족들의 심각한 방치상태를 취재한 후 직접 자살예방단체 라이프링크를 만들어 자살방지대책법안 마련에 앞장선 인물이다. 일본 내각부에 자살 관련 대책과 정책 추진 자문역을 맡고 있는 시미즈 대표는 "연간 3만명의 자살자, 14만명의 자살자 유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별로 유기적인 민관 네트워크를 구성해 자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지난달에 전국 12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생명지원(자살대책)시구정촌 협의회'를 발족했다. 지자체가 합동으로 연수회를 실시해 자살 예방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중앙정부에 자살 예방대책을 공동제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 중앙정부도 자살 예방에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연간 2,000억원에 가까운 자살 예방 예산을 투입하면서 전문가ㆍ비영리기구(NPO)등을 통해 지역별 자살 가능 대상자들을 직접 관리하는 풀뿌리 자살 예방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0만명당 20명 수준의 자살사망률을 목표로 세우고 있으며 달성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자살자 유가족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스키모토 나오코 일본자살자유가족종합지원센터 대표는 "100개 이상의 자살자 유가족 모임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자살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유가족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살 예방 전문가인 이광자 이화여대 간호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역별 풀뿌리 자살 예방 전문가 모임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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