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표류하던 '빅4 해외유전 광구' 개발 다시 볕 든다

자원외교·법정공방 결실<br>개발의 생명줄 다시 이어 잠빌·서캄차카·쿠르드등<br>한국측 지분만 60억배럴 7년치 원유수입량 달해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몇 년씩 표류하던 우리나라의 해외 초대형 유전광구 개발사업에 잇따라 볕이 들고 있다. 끈질긴 자원외교와 국제적인 법정 공방까지 가는 노력 끝에 유전개발의 생명줄이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사업이 위태위태했던 해외 유전개발 광구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가 매우 공을 들였던 것들이었다”면서 “솔직히 성공만 하면 우리가 목표로 잡고 있는 원유ㆍ가스 자급률은 바로 해결될 정도”라고 말했다. ◇다시 시동 거는 빅4 유전 개발…한국 측 지분만 60억배럴=그간 정부가 공을 들여왔던 초대형 유전은 4개 정도로 압축된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카자흐스탄의 잠빌광구, 러시아의 서캄차카 유전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2개 심해광구, 이라크 쿠르드에 위치한 유전 등이 그것이다. 이들 유전의 기대매장량은 유전에 따라 10억~72억배럴이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우리 측 지분으로 환산하면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원유는 모두 60억배럴. 한해 8억7,0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7년치 원유 수입량을 확보하는 셈이다. 광구 중 가장 큰 곳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유전이다. 바지안 등 5개 광구로 이뤄져 있는데 전체 기대매장량만 72억배럴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성공하면 한국 측 투자 지분에 따라 약 30억배럴의 원유를 확보할 수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9월 쿠르드 지역 아르빌과 술레마니아에 사무소를 개소한 뒤 석유공사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3개 광구(바지안ㆍ상가우사우스ㆍ쿠시타파)는 올 4ㆍ4분기에 1공 시추, 내년에 2공 시추가 예정돼 있다. 나머지 2개 광구(상가우노우스ㆍ하울러)도 올해 말 시추가 예정돼 내년 초에는 탐사시추 결과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ㆍ러 에너지장관회담을 통해 재차 개발하기로 한 서캄차카 해상광구는 기대매장량이 37억배럴에 이른다. 우리 측이 40%의 지분을 가질 것으로 전망돼 대략 14억배럴가량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서캄차카는 오호츠크 해상의 수심 300m 이하 대륙붕에 자리잡고 있으며 면적은 6만2,680㎢(남한 면적의 약 3분의2)에 이른다. 법정 공방 끝에 나이지리아 정부의 분양계약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개발가능성이 커진 ‘나이지리아 심해 광구’는 OPL321ㆍ323 두 곳이다. 잠재매장량은 각각 10억배럴씩 20억배럴로 우리 측이 60%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영국과 나이지리아 법인이 각각 30%, 10%씩 갖고 있다.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12억배럴가량을 확보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와 올해 정상급 외교로 재차 개발에 물꼬를 튼 카자흐스탄의 잠빌광구는 10억배럴가량의 매장량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 측이 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동안 사업지연 사연도 가지가지=이들 초대형 광구의 개발은 3~4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사업이 중단되거나 위기에 처한 사연도 여러 가지다. 갑자기 ‘계약취소’ 통보를 하거나(나이지리아 심해광구), 유가가 오르자 당초 계약보다는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도 했고(카자흐스탄 잠빌광구) 공동개발권자의 라이선스가 다른 회사로 이전되면서 탐사가 중단되는 등(서캄차카) 고초를 겪었다. 실제 지난 20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연방 고등법원이 석유공사 측 손을 들어준 OPL321ㆍ323 광구는 2005년 8월 광구를 낙찰 받은 뒤 2006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나이지리아 방문 때 생산물 분배계약까지 체결됐던 사업이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정권교체 이후 과거 광구분양 과정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계약취소를 통보해 소송까지 이르게 됐다. 최근 사업재개 여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서캄차카는 광구의 소유ㆍ운영권(라이선스)이 최근 로즈네프트에서 가스프롬으로 넘어가는 행정절차가 끝나면서 사업의 윤곽이 잡힌 경우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가스프롬과 광권 개발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겠지만 우리 측으로서는 러시아의 상대가 명확해졌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5개의 광권을 확보한 이라크 쿠르드 지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알력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됐던 사례다. 하지만 이라크 중앙정부가 쿠르드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에 대해 수출길을 열어주면서 석유공사의 광구개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본계약을 체결한 후 사실상 1년 만에 사업추진의 방향이 보이는 셈이다. 이와 함께 카자흐스탄 잠빌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돼왔다. 잠빌 광구는 2004년 정상외교를 통해 지분 27%를 7,500만달러에 양도 받는다는 구체적인 기본계약(HOA)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유가가 3~4배 뛰어오르면서 당초보다 5배 높은 가격을 요구하며 사업이 지연됐고 결국 지난해 한승수 국무총리, 올해 이명박 대통령이 현지 외교를 통해 재차 개발의 물꼬를 트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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