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쌍벌제 이후첫과징금' 동화약품 리베이트 행태 보니

루이비통 지갑·골프채·상품권… 의사 월세·관리비까지 내줬다


'루이비통 지갑부터 골프채 심지어 월세 대납까지….'

고질적 병폐로 꼽혀온 의사와 약사의 리베이트 문제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도가 너무 심했다. 자기 회사의 의약품을 사용한 대가로 전국 병ㆍ의원에 고가 지갑ㆍ골프채 등 불법 리베이트를 주는가 하면 해당 병원에서 올린 매출의 15%가량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병원 측에 다시 현금으로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동화약품이 지난 2010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자사가 생산한 13개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줘왔다며 8억9,800만원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2010년 의료법 개정에 따라 리베이트 제공 행위에 대한 쌍벌제(약품회사와 병ㆍ의원을 동시에 처벌)가 시행된 뒤 첫 번째 제재였다.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는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2009년 본사 차원의 판촉계획을 수립한 뒤 품목별 판매목표액을 설정하고 병ㆍ의원에 목표 대비 일정 비율로 금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확한 리베이트 금액은 파악하기 어려우나 전체 매출(2012년 기준 2,234억원)의 무려 20% 정도로 추산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동화약품은 병ㆍ의원들의 처방 실적을 월 단위로 관리하면서 처방 사례비를 선지원(SG) 또는 후지급(B) 방식으로 제공해왔다. 'SG'와 'B'는 의약품 업계에서 리베이트를 설명할 때 쓰이는 은어다.


동화약품이 병ㆍ의원에 제공한 리베이트를 살펴보면 현금이나 상품권ㆍ주유권 같은 현금성 지원은 물론이고 의사가 거주하는 원룸의 임차보증금과 월세ㆍ관리비를 대신 내준 사례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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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인의원들의 경우 1,000만원 상당의 홈시어터ㆍ골프채 지급을 요구해와 동화약품이 이를 제공하는 일도 있었고 2011년에는 신제품 '아스몬' 처방을 약속한 의원에 명품지갑을 주기도 했다.

일부 병원(재단)에는 전체 매출액의 15%가량을 현금으로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 업체 전반의 리베이트 관행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고병희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장은 "리베이트 관련 신고가 들어온다면 당연히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리베이트 지급에 대한 조사는 해당 약품회사에서 퇴직한 영업사원들의 신고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제재를 계기로 비슷한 신고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고 경쟁과장은 "의약품업계에서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해 제재한 데 의의가 있다"며 "검찰 고발과 더불어 보건복지부ㆍ식약청ㆍ국세청 등에 관련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병ㆍ의원은 검찰의 판단에 따라 법적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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