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FP서비스 확대하자

지난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부문 금융부채는 사상최대인 545조원으로 가구당 3,412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대출금과 신용카드 및 할부금융사의 외상구매를 합친 이 같은 가계 빚은 1년 만에 10.4%(56조원)가 늘어난 것으로 가계소득의 증가추세(2005년 3.5%)에 비춰볼 때 걱정스러운 현상이다. 가계부채가 수익과 형평을 잃고 있다는 것은 가정경제의 불안을 가중시켜 자칫 파탄을 부를 우려가 있고 금융회사의 부실화를 부추길 뿐만 아니라 요행을 노리는 한탕주의와 생계형 경제사범의 증가로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골고루 좋아진다면 이런 문제가 해소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모든 가계가 스스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구현하려는 재무계획을 세워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관행이 자리잡아왔다면 오늘처럼 가계 빚 문제에 일희일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조기퇴직과 노후생활 등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개인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가계 운영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교육과 계몽을 통해 효과적인 가계 경영을 지도해왔다. 금융계에서도 고객과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일회성 판매보다는 고객 개개인의 삶의 목표를 확인하고 그 실현을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파이낸셜 플래닝(financial planningㆍ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런 관행은 거의 일반화됐고 금융회사는 보다 품질 좋은 FP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인증자 등 높은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춘 전문가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2000년 이후 FP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의 올바른 보급과 정착을 위한 금융계의 노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고액 예금자의 자산 증식과 관리를 위한 FP서비스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계획적인 가계 운영을 위한 FP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 FP제도 도입이 고객의 이익 보호란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나 금융상품 판매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한 윤리의식을 갖는 일도 긴요하다. 세계적으로 FP가 개인금융의 대세로 자리매김되고 있지만 FP 전문인력이 선진국 금융회사에 비해 크게 부족한 만큼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투자 확대도 절실하다. 더욱이 금융의 겸업화 추세로 고객은 투자ㆍ보험ㆍ부동산ㆍ세금 등의 문제에 두루 정통한 파이낸셜 플래너를 찾고 있지만 특정 분야만 아는 반쪽짜리 금융인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렵고 외국 금융회사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 고객의 깊은 신뢰를 발판으로 금융회사의 장기발전을 추구하고 있는 선진국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FP제도의 확산을 위해선 정부와 기업의 관심도 필요하다. 국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가계부채, 저출산, 고령화 문제, 그리고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푸는 실마리는 상당 부분 가정경제의 안정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종업원 복지 차원에서 근로자들이 일찍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FP서비스를 받도록 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면 노사관계 발전은 물론이고 미흡한 사회 안전망을 크게 보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언론의 계몽 활동도 중요하다. 미국과 일본의 CFP 인증자들이 사회봉사 차원에서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올바른 소비지출과 저축 투자 등에 대한 경제 교육을 실시하고 무료로 FP 상담을 해주고 있는데, 유수한 언론들이 이런 활동과 FP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은 돈과 삶을 조화시켜주는 FP가 사회공익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FP의 보급 확대로 국민 누구나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생애 재무계획을 짜고 활기찬 내일을 준비해 나갈 때 불안한 가정경제에서 비롯되는 여러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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