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경쟁력 강화에 총력” 의지/910선까지 상정 인상… 외환시장 불안 해소도외환당국이 27일 원화의 대달러 환율 9백선 돌파를 용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수출경쟁력 증대와 불안심리 해소를 동시에 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당국이 이같은 입장을 취한 것은 수출경쟁력 강화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원화의 평가절하 추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현재의 환율 움직임이 당국의 의도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당국자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내심으론 9백10선까지 상정하고 있다는 감을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다. 고위당국자가 『9백5원 안팎을 적정환율로 보는 시각이 정부내에도 있다』고 밝힌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평가절하(환율상승) 폭이 좀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완만한 추세를 견지하되 정부가 보다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경우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도 해소될 수 있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일본은 지난 95년 4월 엔화의 대달러 환율이 80.63엔까지 내려가며 엔고가 극에 달한 이후 꾸준히 엔절하를 시도, 지금까지 47.5%나 절하시킨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물론 적절한 완급조절을 통해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우리도 구조조정 노력과 평가절하를 병행, 경제활력 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화의 대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17.9%밖에 절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수출구조상 국제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특히 심한 점을 감안할 때 절대적인 절하보다는 일본과의 상대적인 절하도 대단히 중요하다.
지난 95년 4월 원·엔 환율은 9백55원선이었지만 지금은 7백65원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원화가 엔화에 비해 20%가까이 고평가된 것이다.
외환당국도 이를 감안, 원·달러환율의 안정에 치중하던 환율정책을 원·엔환율의 안정과 원·달러환율의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쪽으로 돌렸다. 그러다 보니 원·달러환율의 변동폭이 늘어나 불안감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적정환율의 한가운데에 공교롭게도 9백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걸려 있어 이를 무리없이 넘어서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당국은 업계주장을 빌어 일단 1백엔당 원화환율이 7백60∼7백80원이면 적정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화의 엔화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달러대비 원화환율변동폭이 확대돼야 한다. 그러다보니 환율상승을 기대한 투기세력의 공격과 실수요자들의 가수요가 겹쳐 외환위기가 실제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국이 27일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9백선 돌파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야만 투기요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종합수지 전망을 볼 때 더 설득력을 가진다. 지금까지 종합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앞으로 외환유입규모가 더 커져 순수한 수급요인만으로 볼때는 절상가능성이 높다.<김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