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헐값 DR발행의 역풍

이번 DR발행연기는 미국증시의 약세와 미국의 금리인상가능성 등 해외요인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국내증시불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외환은행의 경우 주가가 액면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 외국투자가들의 환심을 사기에는 애당초 무리였다고 할 수 있다. 사정이 비슷한 다른 시중은행과 기업들도 DR발행이 쉽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실적을 개선해 주가를 관리치못한 책임론이 나올 수 있으나 증시가 장기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섰으므로 해당기업만을 탓하기는 어렵다.그러나 해외DR의 헐값발행 남발이 화근이 된 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올들어 우리 기업과 은행들이 다투어 큰 폭으로 할인하여 DR발행을 한 것이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한도를 당장 늘릴 수 없는 외국투자가들이 서울에서 보유주식을 팔아 외국시장에서 헐값의 DR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한국계매물이 많으면 값이 떨어지는 것은 시장원리상 당연하다. DR발행의 일정과 물량을 조정해야 한다. 제값도 못받으면서 국내주가까지 끌어내리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더이상 벌어져서는 안된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을 조금 올리려다가 국내기업 및 은행의 외자조달창구가 막힐지도 모를 지경에 이른 것이야말로 혹을 떼려다 오히려 붙인 꼴이다. 이달중 중장기외채를 조기상환하는 대신 해외차입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은행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됐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상못하고 은행들의 DR발행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회복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해외투자가들의 시각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대우처리 및 투신사 위기해소의 가시적 성과가 조속히 나타나야 한다. 은행의 BIS기준이 약 10%수준에 머물러 위험수위는 아니므로 무리한 DR발행보다는 대우계열사의 가치상승을 위한 워크아웃의 성공으로 제값에 매각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해외투자가들을 안심시키려면 먼저 국내시장에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 잇달아 발표한 금융시장대책의 실효성 확보에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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