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협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 협상파가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절충안을 제시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9일 "긍정적인 신호"라며 협상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따라 한미 FTA 비준안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여야 간 협상이 좀 더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ㆍ중진회의에서 "민주당 의회주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 물꼬를 트고자 하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우리도 신뢰와 성실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이날 FTA 처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솔길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많은 사람이 그 길로 함께 가면 대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김성곤ㆍ강봉균 등 협상파 의원들이 "FTA 비준안 발효 즉시 ISD 존치 여부에 대한 협상을 개시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고 그 결과 한나라당에서도 협상론이 명분을 얻고 있다.
다만 절충안에 대한 민주당 강경파의 반대기류가 만만찮은데다 한나라당도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하지 않으면 절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 걸림돌은 여전하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지난번에 민주당의 요구를 99%를 다 들어주고 합의서에 서명했음에도 민주당이 번복했다"며 "이번 새로운 움직임도 민주당이 의총을 통해 당론으로 확정해주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맞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민주당은 낡은 이념에 젖어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18대 국회 임기 내 FTA 비준반대 견해를 재확인했다. 여야의 막판절충 시도가 무위에 끝날 경우 대치국면이 길어지면서 비준안 처리가 상당 기간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