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차이나 리포트] "투자자 끌어오면 떼돈"… 中 곳곳 다단계 사모펀드 광풍

"나스닥 상장땐 100배 수익" 온갖 감언이설로 투자자 모집<br>한달새 수천만위안 모으기도<br>당국 사후 관리감독 부재로 금융사기 피해자 양산 우려

중국 북부 허베이성 스좌장(石家莊)시의 한 사모펀드 관리업체가 개최한 투자설명회에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사모펀드 투자열풍이 불면서 후유증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중국 북부 허베이성 성도인 스좌좡(石家庒)시 톈산과학기술단지 내의 한 회의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펑(冯) 선생이라 불리는 한 강사가 30㎥ 남짓의 공간에 모인 수백명의 청중들을 대상으로 부자가 되는 비법을 한창 전수하고 있었다. 강사가 잠깐씩 말을 멈출 때마다 곧바로 사람들의 환호 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요즘 중국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날 풍경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투자전략을 설명해주는 일반 재테크 강의가 아니다. 바로 사모펀드 모집을 위한 로드쇼 현장이다. 이 업체는 지난 7월초'허베이성 쉬안위안(玄元) 주주권 투자펀드 관리주식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허베이성 발전개혁위원회에 등록한 합법적 사모펀드이다. 다만 자금 모집만 다단계 방식을 선택하고 있을 뿐이다. 쉬안위안펀드는 기존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해 오면 고배당을 주겠다고 선전하며 한 달 동안 수천만위안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 판매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아름아름 개별 접촉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특성상 나스닥 상장 임박 등 과장 선전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판 나스닥 시장인 차스닥에 상장되는 기업에 투자했다가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상장 이전의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 열풍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모펀드 광풍을 타고 쉬안위안펀드처럼 유사 다단계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결국 금융사기의 피해자만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사모펀드 규정에 따르면 자금 모집인은 투자자에게 투자 위험과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충분히 알려야 하고 투자 원금 회수나 고정 수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모집 현장에서는 오히려 투자 기간동안 은행이자보다 많은 배당금을 보증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물론 주가가 상장후 10배, 100배씩 오르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천금과 같은 기회라고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인 경제관찰보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것이라는 등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사모펀드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허베이성의 한 사모펀드는 관련 계열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켰다고 밝혔지만 나스닥 홈페이지를 조사한 결과 해당 회사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불법 다단계 사모펀드의 모집 방식은 전적으로 소개 판매에 의존하고 있고 계속해서 자신의 산하에 얼마나 많은 투자자와 투자 금액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배당을 지급받는 구조다. 중국에서 불법 사모펀드 모집이 더욱 극성을 부릴 수 있는 것은 이들 사모펀드 사장들이 중앙정부나 해당 성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이른바 '??시(關係)'가 돈독함을 은근히 내세우며 결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식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쉬안위안펀드의 사장 왕샤오펑이 타고 다니는 벤츠 승용차 앞 유리에는 '허베이성 당위원회'라는 차량 통행증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왕 사장이 언제든 허베이성 당위원회 건물을 드나들 수 있는 '거물'이란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게 사모펀드 직원들의 설명이다. 현지 언론들은 중국 지방정부들이 사모펀드 서류 요건만 맞으면 사모펀드 설립 인가를 내주고 있지만 사후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사모펀드 모집 관련 법 규정이 없어 사모펀드란 미명하에 불법 다단계 금융활동이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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