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16일] 경총 노사정위 탈퇴선언

우리 국민성이 화끈하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대통령까지 “OB 면 OB지 알쏭달쏭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매사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밀고 당기는 대화나 타협보다는 어느 순간 확 뒤집어 엎는 ‘아니면 말고’식이 많다. 특히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노사관계에서 협상의 미학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제시했던 조건을 협상기간 내내 거의 그대로 밀어붙이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바로 충격요법에 돌입한다. 노조는 즉각 파업에 들어가고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강수로 맞서기 일쑤다. 노사협상 과정에서는 오로지 임전무퇴의 화랑정신만이 존재한다. IMF체제 조기극복을 위해 정부와 재계ㆍ노동계가 함께 발족시켰던 노사정위원회가 출범 1년3개월여 만에 기능을 잃게 될 위기를 맞는다. 1999년 4월16일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경영자총협회(경총)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허용 등 주요 노동현안에 대해 정부가 재계를 제쳐놓고 노동계와 일방적으로 타협을 시도했다며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했기 때문. 정부가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원칙을 무시하고 재계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탈퇴선언의 이유였다. 경총은 노정 합의로 노사정위가 무용지물이 될 뿐 아니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무너뜨리고 시장경제체제 존립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총은 노정간 합의가 철회되고 정부가 약속한 노사정위 합의사항이 이행될 때까지 노사정위 복귀를 거부하기로 했다. 당시 경총의 노사정위 탈퇴 선언은 민주노총과 산하 서울지하철노조의 총파업 감행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노사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박민수 편집위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