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이하이디스의 기술 유출 사례에서 보듯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기업의 주인이 해외 업체로 바뀌면서 국내 첨단기술이 외국에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검찰은 과거 기업체 연구원들이 외국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것과 달리 이번 사례를 ‘신종수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수법의 기술 유출=비오이(BOE)그룹은 하이닉스의 자회사인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를 지난 2003년 1월 3억8,000만달러에 인수해 중국에 비오이오티(BOE-OT)라는 LCD 합작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비오이하이디스(옛 하이닉스LCD)의 최모 전 대표와 임모 전 개발센터장은 2005년 4월부터 1년6개월 동안 비오이하이디스의 개발서버를 BOE-OT의 중국인 임직원 148명에게 개방해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핵심기술 자료 등을 누설했다. 검찰은 최씨 등이 M&A 과정에 맺은 기술이전 계약 대상보다 훨씬 많은 핵심기술이 서버 개방을 통해 BOE-OT에 노출될 수 있음을 알고도 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비오이하이디스의 연구ㆍ개발 인력 등을 중국 내 합작공장에 근무시킨 BOE그룹은 이렇게 빼낸 LCD 관련 기술로 공장 설립 2년 만에 첨단제품으로 평가 받는 5세대 LCD 패널을 생산할 수 있었다. ◇유사 사례 확대 전망, 대책 마련 시급=이번 사건은 M&A를 통해 국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첫 사례인 만큼 법원 판단에 따라 앞으로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현재 쌍용자동차와 오리온PDP도 비슷한 사례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05년 중국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지분 48.9%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후 올해 초 “쌍용차의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을 유출했다”는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받고 있다. 오리온PDP도 2006년 중국 COC사에 인수됐으나 PDP 최신 공정이 유출돼 피해 금액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 피의자들에 대해 지난해 발표된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법’을 적용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민간 기업 계열사 간 기술이전으로 보고 이 법으로 기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인수전이 본격화된 대우조선해양처럼 군사기술의 해외유출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외국인이 방위산업체 주식 10% 이상을 취득할 경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