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민주주의+경제성장 '터키식 모델'의 승리

집권 정의개발당 50% 가까운 득표율로 또 총선 압승<br>대통령제 도입 헌법 개정… 군부잔재 청산 등 나설듯

지난 8년 동안 터키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또다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정의개발당을 이끌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3기 연속 집권에 성공, 국민들의 높은 지지 속에 대통령제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친이슬람 정당인 정의개발당은 50%에 가까운 득표에 성공, 25.9%의 지지를 받은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을 가볍게 제치고 승리했다. 이에 대해 WSJ는 "사실 정의개발당의 승리는 이미 예측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2년 정의개발당이 집권한 후 터키 경제가 연평균 5%, 특히 지난 해에는 무려 8.9%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에르도안 총리가 국제적으로 의미있는 행보와 외교 정책을 보여주면서 국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내 유일한 이슬람 회원국으로서 리비아 군사 개입 등에 있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에르도안 총리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터키 내부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이슬람식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 모델은 큰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집트 민주화 혁명 이후 이집트의 롤모델 국가로 터키를 꼽기도 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로서는 흔치 않게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정교분리국가이면서도 시장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진전돼 튀니지발 재스민혁명이 불붙은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정의개발당은 2002년의 34%, 2007년 47%보다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터키의 저명한 정치 칼럼니스트 솔리 오젤은 "8년 동안 집권한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거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획득했다"며 "이건 분명한 압승"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의개발당은 의회 의석 배분에 있어 사표가 고려되면서 550석 중 325석을 획득, 단독 헌법 개정에 필요한 330석 이상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선거 공약이었던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단계를 한번 거쳐야만 하게 됐다. 에르도안 총리와 정의개발당은 헌법 개정을 통해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가 혼재돼 있는 현재 정치 제도 대신 대통령제를 도입하고, 아직까지 헌법에 남아 있는 군부 정치의 잔재도 완전히 털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선거 직후 "새 헌법 제정을 위해 야당들과 협상하고 학계와 언론의 조언도 구할 것"이라며 "새 헌법은 시민의 완전한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의개발당과 에르도안 총리가 헌법 개정에 성공할 경우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만약 헌법 개정 이후 에르도안 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고 이후 연임까지 성공하면 2024년까지 터키를 통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총리의 헌법 개정 시도가 "집권당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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