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기업 적자 방관할 일 아니다

김쌍수 전 한국전력 사장이 공기업의 적자에 대한 정부의 인식전환을 요구하며 쓴소리를 쏟아내 관심을 모은다. 임기 3일을 남겨놓고 사퇴함 김 전 사장은 엊그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공기업이란 이유로 적자가 나도 상관없다는 정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는 주주가치를 위해 한전의 실질적인 경영독립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정부의 일방적 관리 통제 대상이 아니라 합리적 경영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확보돼야만 개혁과 선진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득력있는 지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 같은 지적은 국내 최대 공기업이자 상장기업인 한전의 첫 민간기업 출신 최고경영자가 3년의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공기업운영과 관련해 정부에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는 임기가 얼마 안남은 시정에서 소액주주들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데 따른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영업실적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 한전의 부채규모가 33조원에 이를 정도로 경영사정이 악화된 근본원인이 불합리한 전기요금체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전사장의 지적은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다. 물가안정에 밀려 지연돼온 전기요금 현실화는 지난달 일부 조정됐으나 여전히 전력생산 원가에 못미치고 있다. 지금처럼 물가안정이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료등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도 나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덮어놓고 전기료 현실화를 미루어 공기업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더 심각한 것은 전기가격이 비현실적으로 저렴하다보니 최고급 에너지인 전기소비를 부추켜 에너지의 비효율적 이용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을 비롯해 지난해 말 기준 정부출자 27개 공기업의 부채는 현 정부 출법시점이 2007년에 비해 무려 73%나 증가한 272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공기업 부채는 언젠가는 정부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이제라도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의 적자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전기료금의 현실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는 공기업 적자를 방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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