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냉각 원리 이용 물질온도 극저온까지 냉각<br>값비싼 액체헬륨 사용않고 높은 자기장 일으켜<br>"나노소자 연구^MRI에 적용땐 경제성 높아질것
| 김동락 박사팀이 초전도 자석시스템 개발에 사용한 초전도 재료. 철사 형태의 초전도 선재를 감아 제작됐으며 선재 사이사이에 에폭시 소재의 재료를 넣어 열이 쉽게 배출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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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오ㆍ폐수 처리 원리를 설명하는 모습. 검게 오염된 물에 자성체를 넣은 뒤 자석을 접근시켰더니 자성체와 오염물질이 함께 자석 쪽에 달라붙어 물이 투명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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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액체 헬륨 등의 냉매를 사용하지 않는 '초전도(超傳導) 자석'이 개발돼 국산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고자기장연구팀의 김동락 박사는 '전도냉각'원리를 이용, 값비싼 액체 헬륨 등의 냉매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물질의 온도를 4.5K(영하 269.15도) 이하의 극저온까지 냉각하고 3테슬라(지구 자기장의 6만배)의 자기장을 일으키는 '무냉매 전도냉각형 초전도 자석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장치는 3테슬라급 이상의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오ㆍ폐수 처리, 무중력 발생장치 개발, 나노소자 및 반도체 특성 연구 등 산업ㆍ연구 현장 곳곳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장을 이용하는 MRI는 통상 1.5테슬라의 자기장을 이용하며 일반적인 지구 자기장의 세기는 50마이크로(100만분의1) 테슬라에 불과하다.
◇'무(無)냉매 전도냉각'기술이란=뜨거운 금속 등에 열 전도율이 높은 차가운 물질을 접촉시키면 뜨거운 금속의 열이 접촉된 다른 물질로 전달된다. 열 전도 현상이다. '전도냉각'은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초전도란 전기를 흘려보내도 저항이 발생하지 않아 에너지 손실 없이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극저온 상태에서 나타난다. 전기 저항이 없으면 열이 발생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전류의 세기를 증가시킬 수 있다.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해 만든 초전도 자석은 구리선 등을 이용해 만든 일반 전자석에 비해 에너지 손실 없이 높은 자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냉장고ㆍ에어컨과 같은 냉각기기에는 냉매를 이용해 냉장고 내부의 열을 빼앗는 방식으로 온도를 낮춘다. 상대적으로 약한 자기장을 필요로 하는 고온 초전도 자석은 영하 196도의 저온을 만드는데 1리터당 300원 수준의 값싼 액체 질소를 사용한다. 하지만 3테슬라급의 높은 자기장을 구현하려면 온도를 영하 269.15도의 극저온으로 낮춰야 하며 이를 위해 보통 액체 헬륨을 냉매로 쓴다. 문제는 액체 헬륨이 고가(1리터당 1만5,000원 수준)인데다 증발이 잘되고 외부의 열을 차단할 수 있는 특수용기가 필요하며 다루기도 어렵다는 데 있다.
김 박사팀이 개발한 전도냉각 방식의 초전도 자석은 원기둥 형태의 진공용기 중심부에 니오브 티탄 소재의 금속성 초전도 재료를 넣은 뒤 외부를 고온 초전도 물질과 열 전도율이 높은 구리로 감싼 형태다. 진공용기 외부에 장착된 소형 냉각기로 구리의 온도를 낮추면 구리가 고온 초전도 자석의 온도를 낮춘다. 이 과정을 거쳐 중심부의 전도 냉각형 초전도 자석의 온도가 영하 269.15도까지 떨어져 초전도 현상이 발생한다.
이 자석에 사용된 핵심기술은 두 가지. 하나는 '구리-고온 초전도체-저온 초전도체'로 이어지는 열 전달기술로 자기장을 발생시키기 위해 전류가 흐르는 저온 초전도체와 접촉하는 고온 초전도체나 구리로 전류를 전달하지 않으면서 열만 빼앗아 온도를 떨어뜨린다. 구리에 전류를 전달하게 되면 전기 저항과 열이 발생해 이를 방해한다.
또 다른 기술은 철사 형태의 선재를 촘촘히 감아 제작되는 니오브 티탄 소재의 초전도 자석 선재 사이사이에 에폭시계열의 물질을 첨가, 절연과 동시에 외부로 빨리 열을 방출한다.
◇향후 기술개발 및 활용 영역=김 박사팀은 전도냉각형 초전도 자석시스템을 우선 오ㆍ폐수 처리 분야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장 폐수 등 오ㆍ폐수에 자력이 있는 자성체 가루를 넣어 오염물질과 결합하도록 한 뒤 외부에 초전도 자석이 장착된 파이프에 흘려넣으면 '자성체+오염물질'이 달라붙는다. 자성체를 분리하면 폐기할 오염물질만 남는다. 이 같은 방식은 미세물질로 오염된 염료폐수나 끈적한 액체 형태의 오ㆍ폐수 처리에도 효과적이다.
김 박사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면 대규모 정수장 형태가 아닌 33㎡(10평) 안팎의 공간에서 각종 오ㆍ폐수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시설에는 액체 헬륨 등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만 사용하는 무냉매 '전도냉각형 초전도 자석시스템'이 최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초전도 자석의 자기장을 활용해 우주의 무중력 상태와 같은 환경을 구현하는 '미소중력장치'를 개발하거나 나노소자 연구, MRI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의료 진단장비인 MRI의 경우 진단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1.5테슬라급에서 점차 3테슬라급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가격이 높고 취급하기 어려운 액체 헬륨을 냉매로 사용하지 않는 초전도 자석은 경제성ㆍ편의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소중력장치의 경우 특정 용기 내부를 산소로 가득 채운 뒤 위쪽에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지구 중력과 자기장의 힘이 균형을 이룬 위치에서 무중력 상태가 만들어져 우주정거장 등에서 실시하는 새로운 결정구조 실험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 박사팀는 앞으로 무냉매 전도냉각형 초전도 자석시스템을 발전시켜 7테슬라급 이상의 고자기장을 일으키는 초전도 자석을 개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