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바둑] 이창호가 왜 변한 것일까

제2보(21∼40)<br>○박정환 5단 ●이창호 9단 <제5기십단전결승3번기제3국>



30대에 들어와서 이창호가 전투를 지향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 변화는 왜 일어난 것일까. 첫째는 이창호의 바둑세계가 넓어진 까닭일 것이다. 예전의 그는 벽돌로 집을 짓는 식의 축조형을 즐겼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싸우지 않고 집으로 승부를 하는 경향이 많았다. 20년을 그렇게 지냈는데 이제는 그 스타일을 버리고 자유스럽게 별의별 방식을 골고루 실험하고 있다. 둘째는 계산력에 자신이 없어진 연유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졌고 정밀한 계산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실상 계산의 바둑처럼 무한정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한 것도 없다. 그야말로 사막을 걷고 또 걷는 식이어서 당사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셋째는 전투가 주는 즐거움을 꼽아야 할 것이다. 전투는 화려하고 신명이 있다. 재미라면 축조형이나 계산의 바둑보다 훨씬 앞선다. 이창호가 드디어 바둑을 즐기게 된 것이다. 자기가 즐기면 상대방도 즐기게 되는 법이다. 이창호는 서비스 정신이 많아졌다. 바둑상대를 즐겁게 해줄 마음이 든 것이다. 흑23으로 움직인 수에 대하여 검토실의 여론이 그리 좋지 않았다. 참고도1의 흑1로 상변의 요충은 점령하고 3으로 실속을 차리는 것이 현명했다고 한다. 흑35도 다소 성급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참고도2의 흑1로 하나 더 뻗어둘 자리였다. 백2로 받을 때 흑3 이하 9로 두는 편이 나았다. 실전은 백40의 석점머리가 회심의 일착이 되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