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매출부진으로 경쟁적인 고가경품 제공 등 앞만 보고 달려온 백화점업계가 최근 각종 경품행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9개 주요 백화점들의 판촉담당 임원들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거래협의회를 열어 지난 4월 의견을 모아 발표한 경품·사은품행사 자제에 대한 자율규약의 내용을 한층 강화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키로 잠정합의했다.
새 자율규약은 일정 구매고객에게 응모권을 나눠주고 추첨을 통해 뽑힌 사람에게만 증정하는 소비자현상경품의 품목별 가액한도를 1,000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이는 소비자현상경품의 품목별 가액한도를 3,000만원 이하로 제한한 당초 자율규약의 내용을 강화한 것이다.
또 당초 자율규약에 명시하지 않았던 점포별 경품행사의 횟수와 기간도 새 자율규약에 추가했다. 소비자현상경품은 물론 일정구매 이상의 모든 고객에게 증정하는 소비자경품(사은품)의 전관행사를 점포별로 연간 2회, 매회 10일 이내에서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브랜드·층별 소비자경품행사나 경품으로 제공되는 단일 품목의 가격이 10만원 이하이면서 이벤트성이 짙은 소비자현상경품행사의 횟수와 기간에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경품행사도 일체금지하되 협력업체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경품행사는 허용키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업계 빅3는 협력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경품·사은품행사를 앞으로 일체 실시하지 않고 지난 5월 이후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실시한 경품·사은품행사 비용의 협력업체 부담분을 이달 말까지 돌려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백화점업계는 정기휴무일도 늘려 다음달부터 월2회 점포 문을 닫을 예정이다. 롯데는 노사합의를 통해 다음달부터 매월 2회 점포의 정기휴무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현대·신세계도 이에 대해 현재 노사와 협의중이어서 조만간 롯데의 움직임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된다.
97년까지만 해도 매주 1회 정기휴무를 가졌던 백화점업계는 IMF 관리체제의 영향으로 부진한 매출을 만회하고 할인점의 연중무휴 영업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연중무휴 영업해오다 올해 들어 월1회로 휴무일수를 늘렸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전반적인 경쟁양상이 최근 이처럼 누그러지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에 편승해 백화점의 경품행사 경쟁이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결국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고가의 경품제공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다 상업노련 등이 그동안 꾸준히 열악한 근무조건의 개선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구동본 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