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리비아 사태로 재조명받는 '용병'

阿·중동 주무대… 전쟁산업 민영화로 시장 갈수록 커져



정규군 육성 비용보다 저렴하고
연고·인적관계 없어 정부서 선호 미국, 세계 최대규모 용병 고용
이라크·아프간에 6만여명 투입 민간인 무차별 살상등 문제 많아
국제사회 해결책 찾기 전전긍긍
반정부 세력에 대한 강경 진압에 나선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잔혹한 하수인으로 카다피 원수가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수혈한 용병들이 지목되면서 국제사회 분쟁의 장면에서 그림자처럼 따라 붙던 '용병'이 국제사회에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인류 전쟁의 역사와 출발을 같이 한다는 용병제도는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전세계에 정규군 중심의 국민군대가 제도화되자 일부 특수전에 제한적으로 쓰이는 정도로 위축됐다. 하지만 20세기 중ㆍ후반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전과 정정불안이 지속된 틈을 타서 용병 시장은 빠른 속도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도 병력조달과 막대한 비용, 국내외 비난여론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ntractor)을 통한 용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국 군대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정부와 여기서 수입을 얻으려는 용병과 용병회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전세계 용병시장은 연간 1,000억달러 규모로 팽창되고 있다. ◇리비아에서 활개치는 생계형 아프리카 용병= 카다피 정부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이 한창이던 지난 주, 반정부 세력들은 전세게 언론을 향해 "사하라 이남의 흑인종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노란 모자를 쓴 군인들이 총을 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아프리카 기니와 나이지리아에서는 카다피 정권을 위해 싸우는 용병에게 하루 2,000달러의 급여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전단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 일가는 용병 고용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리비아 무참한 유혈사태의 최전선에 외국 용병들이 포진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FP)는 "기니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의 내전발생 지역에서 활동했던 전직 군인들이 (용병 시장으로) 꾸준하게 공급되고 있다"며 "직업이 없는 그들은 좋은 가격만 지불하면 기꺼이 분쟁지역으로 가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돈으로 움직이는 용병들은 분쟁에 휩싸인 정부들의 구미를 당긴다. 용병들의 몸값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정규군을 육성하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번 리비아 사태처럼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려는 경우 아무런 연고나 인적관계가 없는 외부 용병이 선호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아프리카의 내전 및 정정불안 상황에서 용병이 개입된 사례는 많다. 10년간 1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에라리온 내전의 장기화에는 다이아몬드를 몸값으로 받기도 한 외부 용병들이 한몫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비용 감축으로 민간군사기업 급성장= 아프리카가 용병들의 주요 무대인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세계 최대의 사설용병 고용국가는 미국이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현재 이라크와 아프간에 투입된 민간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 인력은 총 6만8,195명으로 현지에 주둔하는 미국 정규군 수를 넘어섰다. 주로 전직 특수부대 및 정보분야 군인들이 설립한 PMC는 지난 1973년 징병제가 폐지된 이래 미군의 부족한 병력과 숙련 요원들을 채워 넣으며 치안유지와 교육훈련 등의 임무를 맡아 왔다. 특히 지난 2001년 9.11 테러와 연이은 이라크ㆍ아프간 전쟁은 PMC 산업에 특수로 작용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PMC인 블랙워터와 다인코프 등은 이들 전쟁에서 미 정부와 대규모의 계약을 맺고 군수품 병참과 주요 인사 및 시설물 경호 등의 업무를 대행해 오고 있다. PMC 산업의 확장은 미 정부의 전쟁비용 감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사설 용병들의 급여는 미 정규군보다 2~3배 가량 높고 특수분야 인력의 연봉은 100만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규군에 대한 연금지급과 상이군경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비 지출 등을 감안하면 계약직 용병을 고용하는 편이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 ◇용병시장의 거침없는 팽창=지난달 AP통신은 블랙워터 설립자가 소말리아의 정부군 훈련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블랙워터는 지난 2007년 이라크전에서 민간인 무차별 살상혐의로 악명을 떨치며 미 의회 청문회까지 받기도 한 업체다. 이러한 블랙워터가 이번에는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소말리아 정부군 훈련사업에까지 손을 뻗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PMC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아프간 정부는 "올해 안으로 아프간에서 모든 사설경비업체들의 활동을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PMC들이 교전시 과잉대응과 민간인 대상 범죄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준(準)군사조직으로 비대화해 지방정부의 통제가 힘들어지자 내놓은 고육책이지만 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아프간 정부에 등록된 사설 경비업체는 총 52곳, 피고용자 2만4,000여명에 이른다. 유엔 용병이용에 관한 실무그룹의 호세 루이스 고메즈 델 프라도 위원장은 "전세계 용병시장은 무엇보다 전쟁산업의 민영화 때문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로랑 그바그보 전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알라산 와타라 현 대통령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라이베리아 출신 용병을 고용했다는 사실이 유엔 평화유지군에 의해 알려지기도 했다. 제네바협약은 용병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한다. 그러나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전세계 30곳 정도에 불과하다. 전세계 용병시장은 용병을 필요로 하는 일부 정부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내전과 분쟁 등을 먹이 삼아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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