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SC제일·외환·씨티銀, 중기 지원 특별출연 '0'

상생과 따로 노는 외국계銀<br>2008년부터 자발적 시행한 신보 협약보증 강건너 불 보듯<br>"국내서 막대한 실적 올리면서 사회적비용 마저 외면" 논란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시장에서 가장 달라진 모습을 꼽으라면 외국 자본이 은행의 주인이 됐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은행을 외국에 팔면서도 선진 금융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웠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외국계 은행들은 자기 잇속 채우기에 급급했고 철저하게 이익을 올려 고배당을 통해 본사로 빼나가기에 바빴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금융 당국이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해온 각종 금융 대책에서 외국계 은행은 철저하게 빠져나갔다. SC제일과 외환ㆍ한국씨티 등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에서 막대한 실적을 올리면서도 정작 중소기업을 위한 상생 지원에는 완벽하게 빠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특별출연 협약보증에 외국계 은행들의 참여 실적이 '0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의 '말발'도 먹히지 않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쯤 되면 '외국계 은행은 성역인가'라는 말까지 나올 법하다. 14일 금융 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이 지난해 12월부터 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등 시중은행 10곳과 체결한 '신성장동력 중소기업 금융지원 업무협약' 특별출연 보증 금액이 3,1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신보의 보증가능액은 3조7,740억원이다. 하지만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신보의 특별출연 협약보증에 외국계 은행들의 참여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보의 특별출연 협약보증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중소기업의 원활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설립된 제도이다. 2008년 11월 특별출연 1차 협약보증 당시 신한은행을 필두로 13개 시중은행이 참여, 4,027억원을 출연해 4조5,914억원이 신보를 통해 보증 지원됐다. 특별출연 협약보증을 거쳐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시중은행의 금리 및 보증료 차감(0.2%)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특별출연 협약보증이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 지원하는 '신성장동력 중소기업 금융지원 업무협약'이라는 이름을 달고 진행되고 있다. 1차 협약보증은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리스크 부담 증가로 중기 대출을 꺼리는 시중 금융권에 중소기업 대출 물꼬를 터주겠다는 배경이 깔려 있었다. 반면 2차 협약보증은 한발 더 나아가 시중은행권이 적극적으로 담보 여력이 부족한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 중기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명분은 명분일 뿐, 1차는 물론 2차 특별협약 보증에서도 외국계 은행의 참여는 찾아볼 수 없다. 국내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외국계 은행이 중기 지원에서만큼은 '딴나라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상반기 동안 3,2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6.21%나 증가했다. 씨티은행 역시 지난 2ㆍ4분기 동안에만 4,560억원의 총수익에 당기순이익 1,441억원을 기록했다. 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특별출연 협약보증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국내에서 해비타트 운동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물론 신보의 특별출연 협약보증 참여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문화ㆍ예술ㆍ스포츠 분야 등 기업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주는 사업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눈에 곧바로 들어오는 이미지 메이킹 사업에는 공을 들이면서 산업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중소기업 지원은 위험이 많다는 이유로 피해가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이 특별출연 협약보증 자체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며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 대신 수익성이 높은 개인여신에 집착하는 외국계 은행들의 경영 행태가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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