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8월 24일] 못되면 투자자 탓?

외국인이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외국계 상장사가 있다면?

언뜻 생각할 때 앞뒤가 맞지 않는 가정 같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에 비일비재했던 현실이다.


국내사업자가 최대주주인 소수 기업을 제외하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다수 외국계기업의 최대주주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실제로 외국인 지분이 0%인 외국계 상장사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는 국내에서 해당 상장사의 신고 업무를 대리하는 기관들이 제때 금융당국에 외국인 지분을 신고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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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의 경우 외국계의 특성상 실제 외국인 지분율이 다른 기업보다 매우 높아서 상장된 지 한참이 지난 후 신고할 경우 하루 아침에 외국인 지분율이 70%포인트 이상 급증하는 일이 다반사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공시에도 나오지 않는 외국인 대량매매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관련 신고 의무를 관장하는 금융당국의 태도는 오히려 적반하장이었다. 기자가 아직도 외국인 지분이 제대로 신고가 안된 종목들에 대해 문의하자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이름조차 처음 듣는다며 그제서야 관련 신고 내역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게다가 “개인투자자들이 왜 자꾸 외국인 등의 수급에만 신경을 쓰고 기업 펀더멘털은 중요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주식투자에 있어 기업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물론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외국계 상장사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형주의 경우 기업 가치만큼이나 수급 상황이 주가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요즘 같이 중소형주가 철저하게 소외되는 주식시장 분위기에서는 “외국인들의 거래가 A종목으로 몰렸다”는 것만으로도 주가 급등락의 원인이 되기 충분하다. 이러한 중소형주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알 만한 금융당국 관계자가 외국인 지분율이 1거래일 만에 50~70%포인트씩 늘어난 종목을 두고 “펀더멘털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만 나무란다면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

기업 펀더멘털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외국인이나 기관 수급만 바라보다가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투자자의 잘못이다. 그러나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업 가치에만 집중해 투자할 수 있도록 수급 등 다른 외부요인을 안정시켜 주는 것도 금융당국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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