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3일] 1등 삼성의 '위기 경영학'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쉼 없는 위기경영’을 펼치고 있다. 삼성이 신경영 16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사내방송을 통해 위기의식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과 반도체ㆍLCD 등 업황 시황에 대해 시장 전망과 달리 ‘여전히 어둡다. 불투명하다’ 고 말하는 것이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그렇다면 1등 기업 삼성의 쉼 없는 위기경영 이면에는 어떤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까. 우선 현재의 위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위기감이다. 특히 경기 흐름은 다소 개선될 수 있으나 글로벌 수요는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1등 기업으로서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올해 투자와 연구개발(R&D) 계획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투자 계획 등을 확정 짓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후유증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에 투자를 한다고 해 보자. 그러면 대만 등 경쟁 업체가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치킨게임이 다시 되살아날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또 투자 등의 계획을 확정 짓게 되면 협력업체들도 이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삼성이 당초 계획대로 투자 등을 이행하지 못하면 신뢰도 잃을뿐더러 협력업체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내내 투자계획 등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삼성 내부에서 들려오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성장동력의 확보라는 풀지 못한 숙제도 ‘위기경영’에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1등 기업이 1등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ㆍLCD 등에 이어 뭔가 다른 신수종 사업을 찾아내야 한다. 삼성은 아직까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삼성 일부에서는 투자 등 적극적 행동에 나설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예로 당초 올해 열지 않기로 했던 삼성모바일솔루션포럼(SMS)을 오는 9월 대만에서 개최하기로 확정했다. 이 자리를 통해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쉼 없는 위기경영에 이은 삼성전자의 또 다른 반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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