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록펠러 가문의 후예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송현칼럼] 록펠러 가문의 후예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20세기 초 석유왕으로 불리던 존 D 록펠러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부자였고 그 후손들도 미국 부자가문을 상징하고 있다. 창업자 손자인 로런스 록펠러가 지난 7월11일 94세를 일기로 사망한 소식은 이곳 미국사회의 큰 뉴스였다. 미국 언론들은 그의 부음을 존경받는 자선사업가의 사망으로 전달했다. 자선사업가이자 자연보호자로 잘 알려진 고인은 70년 전 뉴욕 월가에서 성공했고 이른바 벤처캐피털의 개척자로서 항공산업ㆍ전자기기ㆍ컴퓨터ㆍ바이오테크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생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가진 재산을 효율적이고 만족스럽게 사용하는 데 치중하는 자선사업가가 됐고 자연보호에 앞장서 많은 국립공원을 설립하고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급 5달러의 점원에서 시작해 미국 최대의 거부가 된 창업자 록펠러는 스탠더드오일을 창업해 재산을 축적했고 이 회사는 독과점금지법에 따라 1911년 갈기갈기 찢어졌지만 지금 엑슨모빌 등 굴지의 미국 석유회사로 부활됐다. 그는 은퇴한 다음 재산의 많은 부분을 자선사업에 쾌척해 시카고대학을 설립하는 등 많은 사회지원활동과 자선활동을 했다. 그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와 더불어 자선사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부자로 알려지고 있다 . 그의 아들은 젊은 시절에 스탠더드오일에 잠시 근무한 적이 있을 뿐 부친의 자선기관을 운영하는 데 전념하고 아버지의 회사에서는 거의 근무하지 않았다. 3세인 손자 5명도 모두 각자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해 부통령이나 주지사가 되는 등 정치인과 금융인, 그리고 자선사업가 등으로 대성했지, 할아버지가 창업한 기업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한국의 부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직계가족에 기업경영을 승계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재벌의 아들이면 개인의 적성에 관계없이 반드시 기업경영을 물려받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러한 관례는 개인에게나 기업에나 득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절대적 경영권 아래서 대주주건 소액주주이건 간에 주주의 권리가 보호되기 어려웠고 이사회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견제와 균형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 원인이다. 그렇기에 2세에게 경영을 승계시켜야만 자신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었다. 우리 기업의 상황은 지난 5년간 급격한 변화를 현명하게 극복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사회의 역할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기업들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도 성숙해졌다면 이젠 선진기업들의 예를 거울로 삼을 때가 됐다. 한국기업도 경영자를 선임할 때 대주주건 전문 경영인이건 관계없이 회사의 안정과 성장을 추구하며 회사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창업자의 2세들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창업주의 기업경영 분위기를 가장 측근에서 봐왔고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했기에 사업감각이 체질화돼 있을 수 있다. 창업자가 가져야 할 많은 덕목을 창업자로부터 직접 가정과 직장에서 교육ㆍ전수받는 등의 장점이 많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창업자 후손의 세대가 흐를수록 이러한 장점이 퇴색해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영자를 선임하다가는 기업과 창업자 가족, 나아가 사회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경영학계의 거두 피터 드러커는 기업경영인을 예술가에 비유했다. 예술가는 자신의 사상을 캔버스에 옮기는 것이고 기업인은 자신의 사상을 사람에게 옮기는 것으로, 캔버스보다 사람에게 사상을 옮기는 게 훨씬 더 어려워서 기업경영이 예술가의 작업보다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기업경영은 외부에서 보듯이 항상 영광스럽고 화려하綬?한 것이 아니다. 포용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은 물론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결정을 내릴 때 외로운 결단력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경영자에게는 매일매일 새롭게 변화를 추구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치열한 세계경쟁에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자질과 훈련과정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창업주의 가족도 기업경영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장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하며 대주주의 권익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으로 보장돼야 함은 물론이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열심히 추구해 성공적인 삶을 이뤄 미국인의 귀감이 되는 석유재벌 록펠러 가문의 후손들에게서 한국기업의 창업자 가문은 배워야 할 점이 많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8-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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