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익 자산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 "KT가 보유한 우리 회사지분 만큼만 지분을 취득하겠다" "향후 KT 지배구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KT 민영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지 이 말들이 누가 언제 어떤 상황의 근거로 했던 말들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각본의 주인공인 SK텔레콤이야 어차피 '더티플레이'라는 비난과 장기적 경영전략 사이에서 기업적 판단을 한 것인 만큼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정작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이번 KT 민영화 작업을 주도한 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접근방식이다.
항간에는 SK텔레콤의 '깜짝쇼'를 보면서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이를 반겼다, 곤혹스러워했다는 등 각종 뒷얘기가 나돌았지만 문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총 5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공기업을 시장에서 무리없이 팔아치운 것은 분명 공(功)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가 아닐까. 7월 KT주총까지는 여전히 정부가 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정통부는 누누히 강조한다. 정관을 고쳐서 SK텔레콤의 KT 경영권 장악을 막기 위한 장치만 만들어 놓으면 뒤탈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정부가 이번 주총에서 대주주로서 권리를 상실하는 순간 정부도 속수무책이 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 아닐까. 정관이야 대주주가 언제든지 바꾸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현행 법규 역시 마찬가지다. "재벌이 마음먹으면 법 하나쯤 못바꾸겠느냐"고 기자에게 말한 한 통신업체 임원의 말은 '경험칙'이다.
삼성은 재벌이고 SK는 재벌이 아닌가. 삼성은 절대 안되고 SK는 문제가 없다는 정통부의 논리는 불과 닷새만에 SK텔레콤 앞에서 퇴색돼 버렸다.
여기서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싶은게 있다. 과연 무엇을 위한 민영화인가라는 점이다.특정기업의 KT 경영권 장악은 절대 안된다면서도 거꾸로 재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내건 '당근'들은 결국 '특정 기업'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만 당한 꼴이 됐다.
KT 지분 매각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바라보면서 재벌을 비난해야 할지, 아니면 순진무구한 정통부를 탓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기자
정두환<정보과학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