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경쟁률 반토막 불구 우수 학생 쏠림은 여전

올 입시 결과 충격적…外高 위상 바뀌나<br>서울·경기권 외고 합격자 영어 내신 평균 1.6등급<br>"명문대 진학률 여전히 강세" 학부모들 선호도도 높아<br>"외고 교육력 진정한 평가 2014 대입서 이뤄질것"

서울의 한 외국어고 학생들이 수업을 받기 위해 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2011학년도 외고 입시에서 지원 경쟁률이 크게 떨어지고 일부 학교의 경우 미달학과도 나타나면서 외고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11학년도 외고입시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외고입시가 기존 영어듣기평가와 구술면접 위주에서 영어 내신 위주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바뀌면서 전년도에 비해 지원 경쟁률이 반토막났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외고가 우수 학생을 싹쓸이하던 시대가 끝났다''외고 인기가 한풀 꺾였다'는 말이 나왔다. 과연 그럴까. 입시전문가들은 외고의 지원자 수 감소를 인기 하락으로 연결 짓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자율형 사립고의 확대로 상위권 학생들의 선택지가 넓어졌을 뿐 '입시명문고'로 자리를 굳힌 외고에 대한 선호도와 위상은 변함이 없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우수 학생 '외고 쏠림 현상'은 여전= 지난해 입시에서 서울지역 6개 외고의 입학 경쟁률은 평균 1.38대1로 전년도의 3.08대1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부 외고의 경우 미달학과도 나왔다. 경기권 8개 외고도 2.35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해 전년도(3.79대1)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 같은 경쟁률 하락은 외고 입시에서 영어 내신 비중이 커지면서 중학교 영어 내신이 나쁜 학생들이 지원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내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영어듣기평가나 구술면접 등을 통해 만회할 수 있었지만 바뀐 입시제도에서는 영어내신 2등급 이하 학생은 지원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또 정부가 외고 학생들의 자연계열 대학 진학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과학고나 자율형 사립고 등으로 진로를 튼 학생도 많았다. 김은경 올림피아드학원 특목반 진학실장은"예전에는 고교에 들어간 뒤에 진로를 정했지만 요즘은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를 미리 세우고 자신이 진학할 상급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무작정 외고를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이 예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원자가 감소했을 뿐 우수한 학생들의 '외고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늘교육이 서울ㆍ경기권 외고의 1단계 합격자 762명을 상대로 영어 내신 성적을 조사한 결과, 평균 1.6등급이었다. ◇외고 출신 학생'편애'하는 대학= 외고 입시 사상 처음으로 미달학과가 발생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인기가 한풀 꺾인 듯 하지만 외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다. 서울경제신문이 하늘교육과 함께 서울지역 초ㆍ중학생 학부모 3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9.9%가 자녀를 외고 등 특목고에 진학시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38.0%는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어 학습 분위기가 좋기 때문'을 꼽았고, 29.3%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59.0%는 정부의 고교 입시 개편이 자녀의 특목고 진학에 대한 입장 변화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외고ㆍ국제고ㆍ과학고 등 특목고가 일반고에 비해 높은 학력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학 입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ㆍ수리ㆍ외국어 3개 영역 평균 등급이 2등급 이내 비율이 외고의 경우 평균 59.0%였다. 이는 서울시내 일반고 평균 6.8%에 비해 약 9배나 높은 수준이다. 외고의 이 같은 높은 학력 수준에 대해 '선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비교적 균질한 학력 집단 간 경쟁을 통한 상승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바탕으로 외고들은 주요 대학 합격자 배출 순위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서울대 합격자 중 외고 출신 비중은 2009년 8.4%에서 지난해 9.8%, 올해 11.5%로 계속 늘고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지난해 전체 정원의 25.2%와 29.1%를 외고생으로 채워 전년도에 비해 각각 6.6%포인트와 9.9%포인트가 늘었다. 성균관대ㆍ서강대ㆍ이화여대ㆍ한양대 등 다른 주요대학도 마찬가지다. 임성호 하늘교육 이사는 "서울지역 주요 10개 대학의 101개 전형을 분석한 결과, 학교내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인 전형은 10.6%에 불과했다"면서 "외고 학생들이 학교 내신에서 일반고에 비해 불이익을 받더라도 대입에서는 절대 불리하지 않은데다 오히려 대학들이 '글로벌인재''세계선도인재'등 외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운영하고 있어 외고의 인기가 줄어들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2014학년도 대입서 외고 교육력 검증= 외고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올해 신입생이 치르는 2014학년도 대입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입학하는 학생들은 철저히 영어내신 위주로 선발됐기 때문에 과거 영어듣기평가와 지필고사, 구술면접 등을 통해 선발됐던 학생들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영어 내신이 2등급 이내이면 다른 교과 성적도 뛰어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맹강렬 명덕외고 교장은 "올해 신입생들의 영어 이외 내신성적을 아직 모른다"면서 "영어 성적이 좋다고 타 교과 내신까지 우수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가르쳐봐야 (실력을) 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수한 학생들을 싹쓸이 해 그대로 명문대에 진학시킨 외고들에게 2014학년도 대입은 자체 교육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대인 셈이다. 한현수 이화외고 교장은 "자율고 확대로 외고들도 우수한 학생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월성 교육을 통해 명문고의 위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교 진학 때 이미 학습계획을 수립하고 봉사ㆍ체험활동, 독서활동 등 비교과에 대한 전략도 세운 경험이 있는 외고생들이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효율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일반고들이 외고와의 학력 격차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진로지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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