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위기의 지구… "그래도 살 길 찾아내야"

■ 긴 여름의 끝 (다이앤 듀마노스키 지음, 아카이브(Archive) 펴냄)<br>무분별한 산업문명의 팽창으로 지구 생명 유지체계 손상시켜<br>손놓고 앉아 종말 기다리지 말고 불확실성에 꿋꿋하게 맞서야


최근 중부 지방에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국에서 62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됐다.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1만여 채가 물에 잠겼으며 1만 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상 기후로 인한 뜻하지 않은 재앙이 닥친 곳은 한반도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 중국 남부에는 홍수로 160여명이 사망했으며 피해액이 6조원에 육박한다. 토네이도가 강타한 미국 중남부는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볼리비아는 연초부터 쏟아진 비로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지구촌이 '수백 년 만에 처음' 혹은 '기상 관측 이래 최초'라는 수식어로 장식한 기상이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환경전문 언론인으로 전작 '도둑 맞은 미래'를 통해 환경 호르몬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비판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지구라는 행성이 직면한 가장 다급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인 환경 파괴와 인류의 생존 문제를 파고든다. 약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홀로세 간빙기를 '긴 여름(The long summer)'이라고 지칭한 미국의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을 인용, 저자는 "긴 여름의 끝이 오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농업ㆍ문명ㆍ고밀도 인구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은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은혜로운 기후의 시기에 출현한 것"이라며 "이 은혜로 '긴 여름'은 지난 1만 1,700년 가운데 유례 없는 안정기였으나 인류가 이 행성 전체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이제 이 온후한 시기는 끝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20세기 후반 근대 산업문명의 무분별한 팽창은 지구의 필수적인 생명 유지체계를 보이지 않게 구성하고 있는 전 지구적 규모의 순환구조를 손상시키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미 너무 늦었을 지도 모른다며 지금 당장 온실 가스 배출을 중단하더라도 진행되는 온난화를 멈출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온난화는 1960~1970년대 배출했던 온실 가스로 인한 것이고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던 최근 20년 동안의 결과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효율성과 이윤 추구라는 경제 논리 속에 세계화라는 통합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위험을 확대시키고 있으며 기후 조작을 위한 다양한 과학적 시도가 오히려 지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과학기술을 통해 지구의 위기와 자연의 변화를 지연시키거나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동안 태양광의 일부를 반사시키는 일, 바다에 황산염을 투입하기,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등의 지구공학적 시도들이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 태양을 차단하는 경우 한쪽에선 강수 유형이 바뀌고 가뭄이 심해질 수 있으며 대양 영양화를 시도할 경우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강력한 아산화질소를 만드는 유기체를 활성화시켜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서 지구의 종말을 기다리는 행위는 진보를 거듭해 온 인류사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희망의 근원은 우리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지구에서 힘겹게 번창해온 강인한 종족이라는 이미 증명된 사실 속에 있다. 선조들은 기후의 역습과 재난에 가까운 변화라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단련해왔다. " 저자는 "지난 500만 년간 부침과 커다란 고난 속에서도 가까스로 생존해 아주 불확실한 세상에서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낸 우리 선조들처럼 우리는 이 거대한 불확실성에 꿋꿋하게 맞서 이 어두운 혼란 속에서 길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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