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통위의 금리 현수준유지 배경

금통위의 금리 현수준유지 배경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키로 한 것은 금리인하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는 데다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은 연초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계기로 정부와 시장으로부터 금리인하 압력을 받아왔다. 정부는 올 성장전망치가 5%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기둔화가 너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중시해 예산배정을 앞당기는등 재정정책을 통한 제한적인 경기부양에 나섰고 통화당국에서도 전향적인 금리인하로 화답해주기를 내심 기대해왔다. 연초 미국의 금리인하도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압박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금통위는 금리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실제 경기부양효과는 현 단계에서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일단 현재 금리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한은이 관리하는 목표 콜금리를 인하하면 시중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기업과 가계 대출을 늘려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는 효과를 시장은 기대하게 된다. 또 금리인하는 주가상승을 부추겨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자산가치 상승을인식하는 `부(富)의 효과' 에 따라 소비지출 심리를 자극하게 되고 이는 생산을 늘려 다시 총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경기부양론자들이 노리는 정책목표다. 하지만 우리 경제상황은 이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금통위 시각이다. 회사채시장이 마비되면서 회사채금리가 지표금리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은행에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이 유동성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데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고 기업체의 신용위험도가 크게 부각돼있다. 일부 초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회사채 발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회사채 신속인수라는 방안을 들고 나온 것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콜금리인하가 시중금리인하와 연결되기에는 신용경색이라는 장애물이 있어 금리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통위의 시각이다. 금통위는 구조조정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 금융이 움츠리고 있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며 시중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금리인하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도 금리인하를 유보한 배경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2.3%에서 크게 오른 3.7%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한은이 재경부와 협의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 2-4%의 상한선에 걸쳐 있다. 지난해 살인적인 고유가가 어느정도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이 연초부터 요동치고 있어 환율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금리인하가 가세하면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인하가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물가압력만 키운다면 돌이키기 힘들다는 것이 금통위의 생각이다. 경기부양론자들은 그래도 경기가 너무 악화되면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금리인하가 기대한 효과를 못 거두더라도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처의지를 읽을 수 있는 계기는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금통위의 금리동결 결정으로 시장에 다소의 충격은 있겠지만 상당부분이 이미반영돼있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업, 금융을 비롯한 4대부분 구조조정을 2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융계는 구조조정이후 신용경색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다음달 이후를 금리인하시기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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