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진 한국의 길] 3부 <4> 실업문제의 새로운 해법

'서비스 코리아' 기반부터 넓혀야<BR>제조업 투자확대로 고용창출 능력은 한계상황<BR>"고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 제도개선 과감하게<BR>'파이' 키우려면 "노사는 한배" 인식공유도 시급


[선진 한국의 길] 3부 실업문제의 새로운 해법 '서비스 코리아' 기반부터 넓혀야제조업 투자확대로 고용창출 능력은 한계상황"고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 제도개선 과감하게'파이' 키우려면 "노사는 한배" 인식공유도 시급 • '네덜란드 사회협약' 왜 다시 눈길끄나 개발도상 과정에서 경제를 단기에 압축 성장시킨 우리 사회는 그만큼 제조업에 절대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10여년의 흐름은 고용 창출보다 부가가치 창출에 무게 중심이 옮아간 자동화, 첨단화 산업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1인당 생산능력이 증대할 수 밖에 없는 산업구조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투자활동을 활발히 하면 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실업문제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제조업 투자 확대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고용 창출 능력은 한계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제조업 코리아’의 한계를 인정하라= 미국계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선진국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제조부문의 고용능력은 결국 줄어들고 서비스 부문의 고용능력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한국의 경우 기존의 산업 영역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는 노력보다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 촉진시켜 실업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최근 우리 사회가 심각한 실업문제로 고통을 받게 된 이유 가운데는 서비스산업의 기형적인 구조에 크게 기인한다. 국가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튕겨져 나온 노동인구들이 음식, 숙박업 중심의 민간 서비스 영역에 집중 투입됐지만 적정한 생존 기반을 확보받지 못하면서 노동인구 흡수 기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내수경기 침체가 직격탄을 날려 오히려 이 부문에서 실업인구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 양상이다. ◇‘서비스 코리아’의 기반을 넓혀라= 국무총리실 산하 ‘일자리만들기’위원회 한 관계자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변수는 법률ㆍ의료ㆍ문화ㆍ교육 등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서비스산업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느냐의 문제”라며 “기존의 저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창출 종합대책 보고서’를 통해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 ▦외국인 투자확대 등의 일자리창출 동력 확충 방안을 내놓았다. ‘100점’은 아니라 해도 현재까지 정부가 그릴 수 있는 서비스산업 활성화 청사진이 어느 정도는 마련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보다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하게 서비스 산업 활성화라는 화두에만 붙들려있지 말고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경합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서비스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과감하고,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한 임원은 이와 관련, “새로운 영역의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고 싶어도 관련 근거나 법령이 미비돼 있거나, 설사 제도나 법령이 있다 해도 대부분 허가를 내주기 위한 성격이기 보다는 선택적으로 허용해주기 위한 제약을 정리해 놓은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국적 금융기관인 K사의 경우 惻?2~3년전 한국에 아시아 본부를 유치할 지 여부를 고민했으나 검토단계에서 포기했다. K사 한 임원은 “당시 가장 큰 걸림돌은 세제부분이었다”며 “이 밖에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고급 법률전문가, 전산전문가들을 필요한 숫자만큼 확보하는 것도 몹시 부담스러웠다”고 전했다. 좁은 인력풀과 포지티브 시스템(허용할 수 있는 기준만 제시해 놓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제도 및 법률로는 새로운 영역의 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꿈속의 희망’이라는 질타다. ◇실업해법을 위한 ‘파이’를 키우자= 지난해 극한의 노사투쟁으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안겼던 LG칼텍스정유 노사는 지난 29일 ‘상생의 악수’를 나눴다. 허진수 생산본부장과 박주암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이 이날 오후 여수공장 회의실에서 노조의 ‘인사 및 경영관여권 반납’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문서에 사인하고 손을 맞잡는 순간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현석 대한상의 상무는 “노와 사가 서로 한걸음씩 양보하면 회사의 실적도 늘리고, 일자리도 확대할 수 있다”며 “노사상생이야말로 ‘윈-윈게임’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사 관계에선 이 같은 윈-윈게임의 기반이 착실하게 움트고 있다. 사측을 ‘몰염치하다’며 강경일변도로 투點求?노조도 달라졌고, ‘강성노조와 타협은 없다’던 사측도 인식을 바꾸고 있다. 회사가 튼튼해야 복지도 풍성해지고,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여유가 생긴다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 ‘골리앗 투쟁’으로 유명한 현대중공업도 95년 이후 10년째 무분규를 이어오면서 지난해 ‘135억달러 수주’라는 사상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무분규’의 대표적인 기업인 동국제강은 노사화합을 바탕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3조3교대 근무를 4조3교대로 바꿔 일자리 나누기를 실현했다. LG칼텍스 박 노조위원장 대행은 이와 관련, “과거와 같은 시간끌기식 교섭관행은 서로간에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대립상황만 조장한다“며 “앞으로는 이 같은 관행에서 과감하게 탈피하는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혹독한 시련의 뒤끝에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새로운 노사 문화가 등장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실업문제의 해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입력시간 : 2005-03-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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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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