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공적기능 초점" 금융정책 궤도수정하나

●금감원, 금융회사를 '금융기관'으로 부른 이유는<br>워크숍서 '금융기관' 표기 권혁세 원장도 금융권 질타<br>감독방향 본격 변화 신호탄 일부선 "퇴행적 행보" 지적

5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회사, 금융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워크숍에서 회의 장소인 2층 대강당 앞에 걸린 걸개그림에 금융기관이라는 이름(점선)이 새겨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금융 당국은 '금융기관'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말아달라고 누누이 당부했다. 우리 금융산업이 줄줄이 문을 닫고 세금으로 연명한 이유가 과도하게 공적 기능을 강요하면서 발생했다는 반성 때문이었다. 당국은 대신 상업적 기능을 강조한 '금융회사'라는 명칭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고 장차관의 각종 강연에서도 금융회사로 불러왔다. 은행 등의 공적 기능보다는 '수익이 중요하다' 것을 강조하기 위한 '호명효과'를 노렸던 셈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갑자기 금융회사로 불러왔던 은행이나 보험ㆍ증권 등을 '금융기관'으로 호칭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그간 공식문서 등에는 항상 '금융회사'로 표기해왔다. 감독정책의 방향이나 은행 등 금융회사에 기대하는 역할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5일 여의도 금감원 2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2011년 터놓고 이야기 하기' 워크숍에서는 단상 앞에 설치된 대형 걸개그림에 '금융기관'이라는 표기가 공식 등장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걸개그림에 '금융기관'이라는 표기를 봤는데 감독 당국이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매우 생소했다"면서 "모종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기관' 표기 왜=금융회사와 금융기관은 기대하는 역할에 차이가 있다. 금융회사는 아무래도 '수익창출'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금융기관은 '공적기능'에 더 초점이 맞춰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정부는 은행 등의 금융회사를 '금융기관'으로 불렀다.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는 금융의 역할을 수행하라는 취지가 깔려 있었다. 그러다 환란으로 은행마저 파산하자 역할에 대한 기대와 감독정책의 방향에 변화를 줬다. 은행 등을 부르는 호칭부터 '금융회사'로 바꿨고 은행 등은 수익창출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금융회사와 견줄 만한 수익성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도 많아졌다. 하지만 반 월가 시위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나 금융의 공적 기능이 강조되면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국내의 금융 역시 소비자편익이나 공적에 더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는 것.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오늘 워크숍에서 '금융기관'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게 감독방향 등의 본격적인 변화를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세 금감원장도 이날 축사에서 "금융은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자세를 보였고 외형 확대 경쟁에 몰두한 채 소비자 보호에는 다소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이 가계와 중소기업ㆍ자영업자 중심의 국내 영업을 통해 성장했음에도 정작 고객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는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격'으로 외면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퇴행적 행보 지적도=일각에서는 감독 당국이 금융기관으로 호칭을 하면서 은행 등의 기능을 지나치게 '공적 역할'에 두려는 것 아니냐는 것에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여론을 반영한 퇴행적 행보이자 감독 당국의 '포퓰리즘적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금융회사로 부른 이유가 금융기관이 지나치게 정부정책에 휘둘리는 것을 막고 상업적 기능 강조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은행의 상업적 기능이 이제야 정착단계에 이르렀는데 또다시 변화를 주려는 것은 섣부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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