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월 18일] 다시 떠올린 곱하기 인생

옛날 얘기를 하나 하고 싶다. 정확히 10년 전 어느날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우리나라 남자의 수명이 72살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정확히 절반을 살았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한동안 남은 절반의 인생을 어떻게 살까 연구했다. 그때, 어차피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기는 쉽지 않고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한창 나이라는 생각이 들자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바둑TV 프로그램 중에 '바둑 손자병법'이라는 게 있었다. 기보의 특정 장면을 손자병법에 빗대 해설하는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사람은 프로기사였다. 그는 손자병법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있었다. 바둑은 프로기사니까 당연히 잘 둔다. 바둑 잘 두는 사람도 많고 손자병법을 깊이 아는 사람도 많지만 바둑과 손자병법을 동시에 잘 꿰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는 그걸로 자기 이름을 내건 TV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옳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인생을 위한 준비작업의 요체는 '내가 잘 할 수 있고, 재미있어하는 것을 곱하기하는 것'이었다. 강화도 전등사에 가면 대웅전 지붕의 4개 귀퉁이를 떠받치고 있는 나부(裸婦)가 있다. 이 여인은 절을 짓던 도편수가 사랑하던 사람으로 어느날 이 여인이 바람이 나 야반도주를 하자 도편수가 분을 못 이겨 평생 무거운 짐을 지라고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기자가 절에 심취한다면 이런 재미있는 얘기로 책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절 구경이라는 취미에서 얻은 이야기보따리를 기자 일을 하며 배운 쓰는 재주로 잘 풀어낸다면 조금은 팔리지 않을까. 요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는 베이비부머들을 취재했다. 그들은 대부분 노후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은퇴 이후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잊고 있던 나의 노후준비가 떠올랐다. 발상은 괜찮았던 것 같은데 진행은 더 이상 되지 않고 거기서 멈췄다. 베이비부머가 다 은퇴하고 나면 곧바로 내 순서가 된다. 도중에 번호표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다시 고민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이번에는 고민으로 끝내지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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