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3일] 중기청의 '새로운 실험'

서울디지털단지에서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박모 사장은 최근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중소기업청에서 내년부터 재무제표를 따지지 않고 기술성과 사업성만으로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수차례 정책자금의 문을 두드렸지만 재무제표와 신용도의 높은 벽에 부딪혀 번번이 거절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박 사장은 기자와 만나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애써 개발한 신기술을 해외에 매각하고 사업을 접을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며 "이번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만큼 매각작업을 보류하고 사업을 키워볼 꿈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내년부터 정책자금 평가방식을 바꿔 2,500억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재무제표를 보지 않고 기술성과 사업성만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하자 중소업계는 오랜 숙원과제가 해결됐다며크게 반기고 있다. 그동안 일선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 사장들의 대표적 불만사항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정부가 재무제표만 들여다보고 정책자금을 지원한다는 점이었다. 중소기업청도 기업인들과의 현장간담회에서 제기된 재무제표 위주의 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받아들여 별도의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해 수개월간의 작업 끝에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청 공무원들이 기업인들과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갖고 일선 현장의 문제점을 진지하게 고민한 덕분에 이처럼 기업인들에게 호응을 얻는 정책이 나왔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도 재무평가를 제외할 경우 대출부실 증가와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첫 단추는 잘 꿰었지만 자칫하면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는 만큼 우리의 현실여건은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기술 사업성에 대한 심층 평가지표 개발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평가자를 양성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다소 과감하고 실험적으로 보이는 중기청의 정책이 성공적인 열매를 맺어 기업인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제2의, 제3의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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