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與 "호남민심 등지나" 노심초사

盧대통령 '창당초심' 발언에 민주 통합논의 급제동<br>임동원·신건 구속영장관련 DJ측·민주 반발도 부담

열린우리당이 호남 민심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호남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데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민주당에서 탈당했던 우리당의) 창당 초심’ 발언으로 우리당-민주당간 통합 논의에 급제동을 걸은 데 이어, 15일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것과 관련, 동교동과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두 사건 모두 참여정부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무시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자칫 전ㆍ현 정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우리당 입장에선 청와대와 정부가 언제 폭발할 지 모를 뇌관을 자꾸 건드리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소원해진 당청 관계에 악재가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15일 호남 출신 우리당 의원들에게선 노 대통령의 ‘창당 초심’ 발언을 놓고 불만이 쏟아졌다. 영남(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지역주의 극복이고, 호남(민주당)과 손잡으면 지역주의로의 회귀냐는 것이다. 우윤근(전남 광양ㆍ구례) 의원은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하자던 여당이 민주당은 안된다고 하는 게 앞뒤가 맞는 얘기냐”며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비판했다. 주승용(전남 여수) 의원은 “영남쪽과 합치면 지역주의 극복이고 호남 얘기만 나오면 지역주의로 몰아붙이느냐”며 “선거에서 지고 나면 과연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성토했다. 이영호(전남 강진ㆍ완도) 의원은 “지역정당을 초월한 전국정당으로 가자는 것이지 누가 과거로 돌아가자는 얘기했느냐”라며 불만을 표했다.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에 대해 DJ측이 15일“무도한 짓”이라며 사실상 현 정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전례 없이 강경한 대응 태세를 보이는 것도 우리당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도청을 없애려고 노력했던 분들이 마치 죄인처럼 된 것은 부당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세균 의장의 최근 동교동 방문으로 화애무드가 조성됐던 우리당-DJ 관계가 다시 소원해질 기미를 보이자 우리당은 “지나치고 부적절한 처사”라며 ‘DJ 달래기’를 시도하고 나섰다. 오영식 대변인은 “전임 국정원장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다른 사건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DJ와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듯 “엄정수사는 필요하지만 불구속수사원칙에 비춰 영장청구는 지나쳤다”는 내부 의견이 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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