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간통…빚… 조선 양반 사생활 엿보다

'조선남녀상열지사' 손종흠 지음, 앨피 펴냄<br>'양반의 사생활' 하영휘 지음, 푸른역사 펴냄



‘뜬소문으로 탄핵을 받게 되었으나 다행히 전하의 일월 같은 밝으심을 힘입어 무함(誣陷)과 허망을 변명해 밝힐 수 있어서 사람들의 의심을 조금이나마 풀게 되고, 그대로 계속 출사하라 명하시니 은혜가 매우 넓고 두텁습니다…’ 1428년 세종 10년, 좌의정 황희(1362~1452)가 올린 사직상소의 일부다. 사직 이유는 친구 박포의 아내와 간통했다는 추문으로 받은 사헌부의 탄핵 때문이다. 조선시대 명재상 황희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시사(微視史)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실록ㆍ편지 등으로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풀어낸 책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손종흠 방송통신대학교 교수가 쓴 ‘조선남녀상열지사’와 고문서 연구가 하영휘 가회고문서연구소장의 ‘양반의 사생활’ 등이 이번주에 발간됐다. 모두 윤리강령을 목숨처럼 떠받들던 조선 사대부들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남녀…’는 조선왕조 실록 중 간통에 얽힌 사건 15가지를 추려냈다. 당시 사대부들의 간통사건은 체제를 위협하는 불온한 사건으로 엄히 처벌됐지만, 실록에 간통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이성에 대한 갈망과 성적욕망은 사회적 제도로도 통제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책은 아버지의 여인을 탐했던 패륜, 기생 첩을 두고 벌였던 쟁탈, 정치적으로 성공했던 성인 군자들의 추문, 사대부가 여인들이 얽힌 음란 등으로 구분하고 이야기를 정리했다. ‘양반의…’는 19세기 양반 조병덕의 편지 1,700통으로 조선시대 양반들의 사적인 생활을 풀어놓았다. 17세기 노론파의 지체 높은 가문 출신인 조병덕은 할아버지부터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이른바 몰락한 양반이었다. 급기야 조병덕에 이르러서 서울생활을 버티지 못해 충청도 삼계리로 이사했다. 이곳에서 조병덕은 각지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지 심부름을 맡았던 아들 조장희에게 물려진 편지뭉치는 조선시대 양반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됐다. 편지를 통해 본 조선의 양반은 공(학문, 사회생활)과 사(가정생활)를 엄격히 구분했다. 책은 조병덕의 금전거래, 빚, 가족간 갈등, 아들에 대한 실망, 시국에 관한 언급, 질병 등 개인 사생활 중에서도 내밀한 영역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도덕과 명분으로 외형을 감쌌던 조선시대 양반의 실제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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